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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May 31. 2024

옥중기 / 오스카 와일드 / 1905

세상과 불일치했던 예술가의 고단한 삶은 결국 유배와 투옥, 질병과 죽음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는 신으로부터 재능을 선물 받았다. 하지만 악마와 거래하여 사회적 관습과 통념을 팔고, 감각과 탐미의 욕망을 손에 넣는다. 


나는 어떤 법칙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법칙의 예외를 위해서 만들어진 인간 중의 하나이다.


사람들은 그의 독특한 행세, 천재적 번뜩임, 언변과 기백, 자뻑의 기운을 조롱하고 저주했으나 또한 그와 반대로 찬미하고 열광했다. 그는 항상 외줄 타기를 시도하는 곡예사처럼 보였다.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특유의 아포리즘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면서 독자층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그의 인생은 마치 관심 총량의 법칙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는 그의 능력에 따른 찬사만큼이나, 오명을 짊어져야 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독자들이 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려는 악동을 이용하여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본성과 욕망을 관음 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주인공이었던 오스카 와일드는 당당하게 그 배역을 수용했으며 살아있는 동안 온몸으로 연극을 소화했다. 평소 그를 사숙했다고 알려진 미시마 유키오가 자신의 작품 속으로 말려들어가는 방식으로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던 것처럼, 오스카 와일드 또한 자신의 작품 속 매혹적인 주인공들처럼 광기와 탐욕, 속세와 이상의 공간에서 진동하다가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초상화 속의 인물처럼 사라졌다. 욕망이라는 보물을 캐기 위해 탐험하는 기발한 모험가의 진지한 광기는 이후 수많은 작가들의 내면적 촛불이 된다.



그의 작품 '옥중기'(혹은 '심연으로부터')는 그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일기장이다. 그 책에서 그는 감옥이라는 유배지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차분하게 되짚는다. 짧은 에세이 책 한 권 속에, 그의 언어가 압축되어 정갈하게 박힌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오스카 와일드의 퇴폐성에는 욕망과 창의성의 기발한 충동이 녹아들어 가 있는 반면, 선과 악의 편견은 바싹 말라 건조되어 있다. 지극히 감성적인 정서로 정성스럽게 쓴 그의 동화 속에서 만약 우리가 자신의 신체를 모두 희생하는 왕자에게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면, 오스카 와일드의 언어에 깊게 공감하는 것이 된다. 그의 글은 날카롭고 도발적이지만, 마치 구두 속에 숨겨진 구멍 난 양말처럼 은밀하고 연약하다. 트라우마를 숨긴 범죄자에게 뜨겁게 동화되듯, 그의 문학적 가책은 사람들로부터 점점 긍정되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육체에 대해서는 쾌락이 있듯이 아름다움 영혼을 위해서는 고통이 있는 것이다


그는 옥중 고통의 극한에 이르러서도 문학적 시선을 잃지 않은 채, 예수 그리스도라는 구도자의 참혹한 고통을 하나의 아름다음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깊은 고독과 고난의 감옥생활은 그에게 마치 단말마를 연상케 하는 출혈의 필력을 선사했을 것이다. 마치 피로 쓴 듯한 그의 유언 같은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천재의 광기 속에 숨어있는 회한과 체념의 미학을 음미하는 것은 마치 꺼져가는 불꽃의 마지막 연소를 마주하는 것처럼 아름답고 쓸쓸했다.


쾌락과는 달리 고통은 아무런 가면도 쓰고 있지 않다


자신의 인생을 온전하게 욕망과 파멸의 맷돌에 갈아 넣은 예술가의 깊은 고뇌. 그리고 세상과 불협화음 내는 인간이 자신의 인생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감내해야 하는 것. 또한 이 시대의 현대성과 자본주의적 자유라는 의미가 갖는 본질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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