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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Jun 01. 2024

미스터리의 계보 / 마츠모토 세이쵸 / 1968

대단한 시각이다. 치밀한 시선은 필력을 뛰어넘는다. 마츠모토 세이쵸를 픽션이 아닌, 논픽션 대가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사건을 파고들어 캐릭터들 각각의 전후 맥락과 역사적 배경,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의 3가지를 오버랩시킨다. 그러면 논픽션 사건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거미줄을 이룬 드라마틱한 연극이 된다. 어설프게 꾸며낸 픽션 스릴러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실감과 긴장감이 피부로 와닿는다.


범죄자의 범행 동기는 환경과 사회적 분위기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어서, 작가의 배려에 의해서 우리는 어떠한 범행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그 끝에는 하나의 작은 단초가 자리 잡고 있고, 그 단초를 감싸고 있던 보자기를 해체하면 어떠한 선과 악은 점점 크기가 줄어들어 아주 작은 점 같은 흔적으로만 남아 원한과 고통이라는 필연성에 점점 밀착되면서 결국에는 인간이라는 본질만 남겨 놓는다.


마츠모토 세이쵸의 글은, 거대한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삶들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보여주는 고전이다. 그렇기에 어떠한 사건이나 범죄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작가도 그렇고 독자 또한 그 폭발의 원인을 차근차근 따져보는 것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정신 지체인이 태연하게 시신을 토막 내고 짓는 순수한 웃음. 원한을 가진 병자가 수많은 이웃들을 살해한 직후 내뱉는 겸양의 언어 속에서, 우리는 비단 그 괴리와 충격보다는 오히려 인간이 본래 가지고 태어난 인간성이라는 것의 나약함과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폐쇄적 문화 속에서 견뎌내야 하는 사회 구성의 일원으로서의 비애를 더욱 생각해 보게 된다.


전후 일본 내 문화를 다룬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인간성의 보편적 정서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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