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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by Silverback

지친 표정의 어떤 남자가 찾아왔다

살며시 문을 열고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발을 안으로 옮겼다


그는 천천히 걸어와 테이블 앞에 앉았다

무거운 돌을 가득 지고 있는 것처럼

그의 몸은 의자를 통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나는 그에게 삶은 고기와 따뜻한 수프를 만들어준다

그는 천천히 음식을 먹는다

잠시 후 창문 밖을 쳐다본다

그리고는 다시 음식을 먹는다

나는 그 모습을 유심히 쳐다본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내 소리도 없이 일어났다

껌뻑이며 눈을 한번 감더니

고여있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나는 그에게 말을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말이 안 나왔다

크게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안을 수 없다

나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조용히 손을 들어

그의 머리에 얹어보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 고통의 쓰라림이

몸으로 전달되는 듯하였다


그는 다시 일어서서 떠나갔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고

텅 빈 의자만 덩그러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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