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민학교에 입학할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외가댁에 얹혀살던 시절
외할머니는 나의 손을 이끌고
집에서 도보 20여분 정도 거리에 있는 국민학교로
같이 동행하셨다.
오른쪽 가슴팍에는 하얀 가제손수건이 옷핀에 걸려있고
손에는 신발주머니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옛날 사람이었던 외할머니는
운동장에 모인 신입생 중 아무 손이나 붙들고선
"니 야이하고 친구허젠?"
을 외치시며, 나의 부끄럼에는 아랑곳없이
여기저기 나를 끌고 다니셨다.
다들 엄마와 손을 잡고 학교에 오는데,
왜 나는 할머니일까... 라는 불만도 있었지만,
그래도 외할아버지와 같이 오지 않았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음침한 조도,
차갑고 탁한 공기,
저승의 빛깔을 뒤집어쓴듯한 시커먼 마루바닥과
불안하게 뒤틀리며 소리를내는 걸상.
그리고 그 콩나물 재배통같은 곳에
귀부인의 자태로 등장하신 깍쟁이 여선생님.
다들 없고 가난했던 시기였기에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우러러보일 수 밖에...
그러나, 이제는 교실도 환하고 이쁘게 꾸며져있고
책걸상도 소리를 내지 않으며,
대형TV와 컴퓨터를 이용해서 수업을 한다.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가면
부모님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수신되는 장치도 생겼고
학교 홈페이지에서 아이들의 각종 활동사진과 과제물
가정통신문 같은 것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더이상 아이들은 무릎을 꿇고 죄다 엎드려
교실 바닥을 왁스로 문지르지 않아도 되며
폐품수집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몰래 신문이나 잡지를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입학식이든 졸업식이든 대부분
아빠와 엄마가 아이들과 같이 동행한다.
내가 기다렸던 내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식은
그렇게 예전 시대를 한참 벗어나
신기술과 복지의 혜택을 받으며 많이 발전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