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lverback Aug 02. 2020

전도서 / 솔로몬 / BC 10C

  솔로몬은 이스라엘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영웅, 돌팔매 하나로 골리앗을 쓰러뜨렸다고 알려진 다윗의 아들이다. 신으로부터 지혜의 축복을 받아 이스라엘의 번영을 이끌었으며, 부와 명예와 재능까지 선물 받은 선민 중의 선민, 현자 중의 현자로 알려진다. 아버지 다윗의 시인 기질을 물려받았기 때문인지, 솔로몬 또한 문예에 탁월했다고 보인다. 솔로몬의 많이 알려진 저서로는 구약성경의 잠언과 아가, 그리고 전도서를 예로 들 수 있는데, 학계에서는 해당 작품의 저자를 솔로몬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하긴 지금으로부터 3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의 글을 온전히 확정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냥 추측할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기어코 솔로몬의 이름을 후세에 남겼고 우리는 그의 이름을 빌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물려받았다. 현명한 재판장의 대명사이자 지혜로운 사람으로 자리잡지 않았는가. 그러한 위인의 글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인 전도서 1장을 발췌해본다. 한글개역 과정에서 형성된 언어의 뉘앙스는 히브리어 원문과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도서 1장은 한글로 문학을 접한 사람들에게 언어의 아름다움과 신비감을 느끼게 해 준다. 인류가 만들어낸 인문학과 철학의 근본을 깨닫게 해 준다. 인간의 삶이 반복되는 기작(機作)을 느끼게 해 준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부귀영화를 누린 사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허무하고 헛된 것으로 깨달은 사람. 그 공허의 감정과 나약한 인간의 굴레를 토로하고 바람처럼 사라진 이의 뒷모습을 느껴보자. 이 짧은 글 속에, 인문학의 지고한 뜻과 가치가 담겨있다면, 그것아 아마도 먼지처럼 사라지고 흩어지며 다시 태어나는 인간 생명의 숙명을 우리는 모두 인정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과연 무엇이 인간이고 무엇이 문학인가.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해는 떴다가 지며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이키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라
만물의 피곤함을 사람이 말로 다 할 수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하는도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찌라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 오래 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이전 세대를 기억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가 기억함이 없으리라
나 전도자는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왕이 되어
마음을 다하며 지혜를 써서 하늘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을 궁구하며 살핀즉
이는 괴로운 것이니 하나님이 인생들에게 주사 수고하게 하신 것이라
내가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본즉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구부러진 것을 곧게 할 수 없고 이지러진 것을 셀 수 없도다  
내가 마음 가운데 말하여 이르기를
내가 큰 지혜를 많이 얻었으므로 나보다 먼저 예루살렘에 있던 자보다 낫다 하였나니
곧 내 마음이 지혜와 지식을 많이 만나 보았음이로다
내가 다시 지혜를 알고자 하며 미친 것과 미련한 것을 알고자 하여 마음을 썼으나
이것도 바람을 잡으려는 것인줄을 깨달았도다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으니 지식을 더하는 자는 근심을 더하느니라



    

매거진의 이전글 한 말씀만 하소서 / 박완서 / 199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