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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drink Jan 29. 2021

그 아이(4)

친구와 연인사이



    그때부터였다. 다시 개강을 할 무렵, 삐삐가 오기 시작했다. 왜인지 모르게 바로 답을 하면 안될 것 같아서 망설였다가 한번씩 하곤했다. 그러다가 삐삐가 울리지 않는 날에는 ' 그 아이'의 연락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내가 왜 ‘그 아이’의 연락을 기다리는 거지? 정말이지 알수 없는 마음이 마구 들었다.  영문과 동기가 사귀보자는 말을 해와도 ‘그 아이’의 연락이 기다려졌다. ‘그 아이’에게 메세지가 온 날이면,  내 마음은 한곳으로 집중된 탓인지,  아무리 복잡한 학교 안을 걸어도 나 혼자만의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동기가 큰소리로 나를 불러도 듣지 못했으며, 차가 가까이 오는 것을 못보다가 뒤늦게 보고는 뒷걸음치기도 하였다. 다행인지 뭔지 그즈음,  ‘그 아이’의 안부를 묻는게 80 % 이상였던 수진이의 전화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먼저 전화해서 ‘그 아이’의 근황을 이야기해 주진 않았다.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하면 안되는 일을 하고 있단 생각이 들어 괴롭기도 했다. 




   ‘내가 밖에서 기다릴테니, 맘에 들지 않으면 나와. 일부러 앉아 있지 말고.’


  오빠를 통해서 주말에 있을 나의 소개팅 정보를 알게된 ‘그 아이’ 가 말했다. 급히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친구의 부탁이었지만, 나도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그 아이’의 기다리겠다는 말은 이미 내 마음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아마도  소개팅에 그 누군가가 나온다 해도 내 마음은,  얼른 만남을 마무리 짓고 ‘그 아이’ 가 있는 곳으로 향할 준비가 되어 있는듯 했다. 지금도 눈에 선한, 까페 반대편에서 손 흔들던 ‘그 아이’의 웃는 모습은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그 날, 함께 영화도 보고, 함께 버스를 타서 옆자리에 앉고, 함께 걸었다. 설레면서도 익숙한 것 같은 이 기분이 뭘까 생각하면서 말없이 걸었다. 그날 이후,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이번에는 그걸 보러가자’ 며 약속을 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가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러 이쁜 찻집을 찾아다녔다. 날이 좋을 때면, 함께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산을 타기도 했다.  함께하는 시간이 아무렇지도 않을 그 즈음, 문득 ‘그 아이’에게 묻고 싶었다. ‘우리’는 무엇이고, ‘어디’ 즈음 와 있는 건지. 이쯤되면 물어봐도 챙피하지 않을것 같았다. 누가봐도 친구 이상인것 같은 이 모습을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나이 맞지 않게 늘 생각이 많은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인 걸까? 



   그해 겨울은 추위가 매서웠다. 방학이라 과외를 몇개씩 하던 나를, 차안에서 꼬박 몇시간이고 기다려주던 ‘그 아이’ 가,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쭉 뻗은 도로를 탔을때 즈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의 사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나서 지난서였다.


“넌 모를거야. 내가 널 처음 본건 중 3  때 학교에서가 아니야. 너는 기억을 못하겠지만, 6학년때였어. 6학년 여름 방학때 네가 사는 곳으로 아버지가 발령때문에 가게 됐지. 방학중에 교회를 갔는데, 피아노 반주를 하던 네 옆모습이 참 이쁘드라. 기도할때도 널 보고 있곤 했어. 개학하고서 학교에 갔는데, 반에 네가 있는 거야. 그때가 시작였어.”  


    깜짝 놀라서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숨소리가 들릴까봐 조심스러웠다. 가슴이 쿵쾅거려 터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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