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것에 몸을 싣고 떠나는 것도 설레지만
조그만 텃밭사이 구비구비 꼬부랑길 걷는 텃밭여행도 좋더라.
기차객실 차창너머 풍경이 잠시 접히고
암흑과 같은 긴 터널을 지날때 고개젖히고 쉬는 것도 편안하지만
나팔꽂 만개한 나무터널을 걸으며
주렁주렁 매달린 표주박들을 세보는 텃밭여행도 좋더라.
비행기타고 산티아고순례길 어디메 길고 긴 수행의 길도 좋지만
둔덕과 둔덕사이 고랑을 따라 걸으며 이랑의 숫자를 세다 보면
오리가 되고 십리가 되는 텃밭여행도 괜찮더라.
군락지 찾아 떠나는 구례,광양,제주,거창의 꽃여행도 아름답지만
어디선가 날라와 때가 되면 피고 지는 민들레,댑싸리 그리고 이름모를 들꽃까지 소박한 텃밭여행도 좋더라.
명산찾아 힘들게 올라 기다려 맞이하는 이글거리는 일출도 눈부시지만
경부고속도로위로 지나는 전선줄너머 떠오르는 텃밭해맞이도 좋더라.
동막리나 왜목마을 한켠빌려 캠핑의자에 기대어
그림같은 일몰을 보는 것도 눈물나지만 퇴비창고위를 지나 노을이 지는 텃밭해넘이도 좋더라.
먼훗날 편린을 찾아 여행사진을 꺼내보는 것도 즐겁겠지만
마음 속에 그려놓은 텃밭에서 편린의 한조각 한조각을 꺼내보는 텃밭여행도
너무 좋을 것 같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