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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Apr 06. 2023

나를 살린 심리학

몇 년 전에 '또 오해영'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었다.
극 중에는 같은 이름을 쓰는 두 명이 등장한다.
한 명은 부유한 부모님에 예쁜 외모, 공부도 잘하고 성격까지 좋은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이 잘난 오해영이고  또 한 명은 외모도 공부도 성격도.. 어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아니 그보다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하는 오해영이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둘은 종종 비교를 당하는 경우가 생겼고 그때마다 지는 쪽은 평범한 오해영이었다.

하루는  평범한 오해영 전교 2등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되고 엄마는 너무 기쁜 나머지 동네방네 자랑하고 그것도 모자라 잔치까지 벌이기로 한다. 그런데 잔치를 준비하는 도중에 성적표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뀐 상대는 이름이 같은 잘난 오해영.
그때 잘난 오해영이 성적표를 받으러 평범한 오해영 집으로 오게 되는데 누가 봐도 예쁜 외모에 공부까지 잘하는 그 아이를 보고 평범한 오해영의 엄마는 말한다.  
"괜찮아. 공부가 뭐 대수라고!" 그러면서 자기 딸의 손을 꼭 잡고 보란 듯이 그 앞을 지나간다.
뒤이어 잘난 오해영의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그때 그런 예감이 들었어. 평생 너한테는 질 것 같다는.. 사랑받고 큰 애들은 내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거라는.."

이 장면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감춰둔 상처가 욱신거리는 느낌이었다.
나도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갈증을 많이 느꼈다.
다리밑에서 주워왔다는 농담 같은 이야기를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엄마는 늘 내게 차가웠고 대놓고 동생만 예뻐하셨다. 실제로 유치원 때 친엄마를 찾겠다고 집을 나간 적이 있다. 1~2시간 만에 돌아오긴 했으나 가방에 옷까지 챙겨서 나갔으니 나름 내 인생 첫 가출이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장하는 동안 주위 사람들은 나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봐주었다. 하지만 내 안에는 애정에 대한 결핍과 내가 사랑받기에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낮은 자존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 접한 심리학 책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자신도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과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성격과 심리가 결정된다고 보는 프로이트 이론에 점차 빠져들었다.
'어머! 맞는 것 같아!! 그래서 내가 그랬던 거구나!!'
점쟁이의 점괘를 맞추듯 현재 나의 모습과 과거의 일들을 하나하나 대조해 보니 일면 타당하다고 여겨졌다.
지금 내 행동의 원인을 알게 되니 나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답답해졌다.
'그런데 그다음은???'
'원인은 알았는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과거는 바뀔 수 없으니 원인을 알았다 한들 어째야 하는 걸까? 과거를 탓하며 부모를 원망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실제로 나는 연애에 실패하거나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내가 받은 사랑이 부족해서 그래..'라며 스스로 합리화하고 부모님을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에 매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깨닫게 해 준 것은 아들러 심리학이었다.


 아들러는 과거와 무의식만이 아니라 '지금 현재'와 '의식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매 순간 스스로 결정해 가는 '주체적인 나'의  '의식적인 선택'으로 인생을 얼마든지 변화한다는 이론은 내게 희망을 보여주는 듯했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자기만의 상처와 아픔이 있다. 그 상처와 아픔이 콤플렉스가 되기도 하지만 더 나아지고자 하는 행동의 원천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선택했다.

사랑받지 못한 어린아이와 헤어지고 사랑을 많이 주는 '엄마'가 되기로.
예전에는 '엄마'라는 단어 콤플렉스가 있었다. 내 안에 사랑이 부족해서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에게 필요한 사랑이 무엇인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랑을 채워주기 위해 오늘도 '현재', '지금'에 집중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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