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꼬마의 좋은 점

by 슈퍼엄마


얼마 전 아들이 내게 말했다.

"엄마, 모태솔로야??"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을까?

"응?? 모태솔로?? 엄마는 아빠가 있으니 모태솔로가 아니지."

"아하~ 근데 엄마, 나는 모태솔로야~"

"너 모태솔로가 무슨 뜻인 줄 알아?"

"응. 한 번도 여자친구를 사귄 적 없는 사람"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물어봤다.

"네 친구 중에 모태솔로가 아닌 친구도 있어?"

"응. 있어. 두 명 있어."

요즘 애들 빠르다더니 ㅎㅎ

호기심이 생겨 아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너는 여자친구 안 만나고 싶어? 마음에 드는 친구 없어?"

엄마의 기대하는 눈빛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딱 잘라 대답한다.

"응 없어~"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

"왜? 우리 아들 멋있고 잘 생겨서 여자들에게 인기 많을 것 같은데.."

"엄마 나는 땅꼬마라 인기 없어."

순간, 멈칫했다. 짧은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몰려왔다.

'아이가 키가 작다고 놀림이라도 받았나? 땅꼬마라는 말에 상처받은 건 아닌가?'

아이는 또래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가 작은 정도로 키가 작은 편이다. 키만 작은 게 아니라 체구도 작고 말랐다. 그러나 '나중에 크겠지..'라는 생각에 키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친구들 사이에서는 땅꼬마라는 소리를 들었나 보다.

혹시나 아이 마음이 다칠까 조심스레 물었다..

"누가 너 땅꼬마라고 놀렸어?.. 속상했니?.."

엄마의 걱정스러운 표정이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엄마, 땅꼬마 좋은 거야~ 좋은 점 많아!!"

"응? 좋은 점? 뭔데?..."

아이는 해맑게 대답했다.

"숨바꼭질 할 때 엄청 잘 숨어. 애들이 나 못 찾아. 그리고 땅에 떨어진 걸 빠르게 주워 먹을 수도 있어"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잠시 멍했다가

"땅에 떨어진 걸 주워 먹으면 안 되는데.."라고 말하니

자신만만한 얼굴로

"1초 안에 먹으면 괜찮아. 그럼 별로 안 더러워~ 난 1초 안에 주울 수 있어. 키 큰 애들은 못해. 우리 반에서 내가 제일 빨라~!"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누군가 나에게 땅꼬마의 좋은 점을 물었다면 하나라도 대답할 수 있었을까? 언젠가부터 내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 따라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나누고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나에게는 그런 유연함이 있었던가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키가 작으면 무조건 콤플렉스가 있거나 의기소침할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씩씩하게 말해주는 아이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습을 부족하거나 못난 모습으로 보기보다는 그 나름대로의 멋이나 매력으로 생각하는 것이 대견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남과 비교해서 스스로 작아지지 않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나 역시 그렇게 살기를 소망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나이가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