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세 번, 새벽반 수영강습을 다닌다.
새벽반은 6시, 7시 이렇게 두 타임이 있다. 6시반은 20~30대 직장인이나 내 또래의 아기엄마들이 대부분이다. 수영을 하고 나오면 다들 아이 밥 먹이고 학교 보내야 한다고 서둘러 나간다. 나처럼 직장으로 바로 출근하는 사람들 역시 화장하고 출근준비 하느라 분주하다. 반면에 7시 타임은 대부분 50대 이상이다. 60~70대 어르신들도 많다. 그들은 건강 이야기와 자식이야기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좀 더 느긋한 시간을 보낸다.
6시반 수업을 끝내고 나갈 때 7시반 어르신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피부도 곱고 나이에 비해 정정해 보이시는 모습에 놀랄 때가 많다.
"저 연세에도 허리가 꼿꼿하시네"
"저 나이에도 꾸준히 운동하고 관리하니까 그렇겠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 한 번을 안 빠지시더라고~"
수영도 오래 하셨는지 실력자들도 많으시다. 다들 어르신들의 부지런함과 꾸준함에 감탄한다.
오늘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수영강습에 빠질까.. 고민을 하다 뒤늦게 7시반에 갔다. 7시반 수업을 들으면 좀 더 서둘러 나와야 해서 오래 하지도 못하고 여유도 없지만 그래도 안 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다.
수영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출근 준비를 하는 나를 보고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원래 7시 반 아니제?"
"아.. 네. 좀 늦게 일어나서^^;;"
내게 시선을 두며 어르신들이 이야기하신다.
"젊은 사람들은 6시반에 많어~"
"물어보니까 애기 엄마들이 많더라구~"
"세상에..대단혀. 애 키우면서, 회사다니면서 새벽부터 운동을 다하구~"
"그러게 말여. 나 애 키울 때는 운동할 생각도 못혔어"
"에구. 운동이 다 뭐여. 하는 것도 없이 바빴지 뭐"
"하여튼 요즘 젊은 사람들 정말 대단해~"
어르신들은 지나온 세월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시며 젊은 사람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의 열정을, 젊은 사람들은 어르신의 노련함과 꾸준함을 칭찬한다. 이런 말들을 듣다보니 우린 다른 사람의 인생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쳐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새벽에 수영을 한다고 하면 다들 부지런하다, 대단하다라며 칭찬의 말을 해주는데 그런 말을 듣고 있노라면 의도치 않게 내가 사기꾼이 된 기분이다;;;;
난 내가 부지런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남들은 새벽에 수영을 가는 내 모습만 볼뿐, 이불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내 모습은 보지 못한다. 교무실에서 정리된 내 책상은 볼 수 있지만 우리 집 싱크대에 쌓아놓은 그릇을 볼 수 없다. 이렇듯 남들은 모르고 오직 나만 아는 찌질하고 추잡한 내 모습이 있다.
우연히 인스타에서 "남들의 하이라이트와 나의 비하인드를 비교하지 말라"라고 써놓은 글귀를 보았다. 눈에 보이는 남들의 근사한 모습과 나만 아는 나의 찌질한 모습을 비교하면 내 삶은 초라해 보인다. 그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삶에도 누군가의 눈에는 근사해보이는 하이라이트가 있다. 둘 다 내 모습이다. 나에 대해 온전히 알고 있는 것도 나뿐이니 나를 가장 이해해 주고 사랑해줘야 할 사람도 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늦잠 잤지만 그래도 수영장 간 나, 칭찬해.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