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나에게

이토록 평범한 미래

by 슈퍼엄마

어린 시절에는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 어려웠어. 그런 날이 올까? 싶기도 하고.. 그러나 지금은 1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만은 않아. 나이가 든다는 것은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의미일까?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곤 해. 혹시 모르지,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도.^^


얼마 전에 오래된 편지함에서 20년 전인 21살 때 쓴 인생계획표를 발견했단다. 거기에 난 국어교사가 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있을 거라고 쓰여있었어. 평범하게 사는 것을 상상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었지. 그땐 막연한 바람이고 가능성 없는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 삶이 그때의 바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난 약간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아.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라는.

물론 그 길에 닿기까지는 정말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았지만 인생은 늘 지나고 보면 좋은 기억, 그리운 것들만 생각나게 하는 것 같아. 그리고 그 기억으로 또 앞으로를 살게 하고.


난 교사생활을 20년만 하겠다고 했는데 10년 후면 딱 20년이 되네. 여전히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즐겁게 지낼지,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 그게 가장 궁금하다.

교사를 그만 두면 나만의 취향과 개성이 묻어나는 책방을 차리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곳은 책을 판매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나와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독서모임도 하고, 글쓰기 모임을 하는 곳이면 좋겠어. 좋아하는 작가를 초청해서 작가강연도 듣고 북콘서트도 하는 거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지^^ 어때?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10대 소녀도 아닌데.. 여전히 꿈을 생각하면 설렌다. 10년 후에도 그럴까?!


아, 맞다. 큰 변수가 있다.

우리 아이들 말이야.

10년 후면 우리 큰애는 고3, 작은애는 중3이잖아.ㅠㅠ

매일같이 청소년들과 생활하면서도 청소년이 된 내 아이들의 모습은 상상이 잘 안 가.

아직도 둘이 합쳐서 하루에 이백번 정도 '엄마'를 찾는데, 가끔은 그 소리가 지겨워 어디론가 숨고 싶을 때도 있단다. 하지만 10년 후에도 아이들이 여전히 나를 찾을까? 그땐 그 소리가 많이 그리울 것도 같아.


최근에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어.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사람들은 힘든 순간에 불행한 미래를 떠올리거나, 미래를 상상조차 할 수 없어 불안해하잖아. 거기서 인간의 비극이 시작된대. 우리가 가장 괴로운 순간에도 평범한 미래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 순간을 견딜 수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란 말이지.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대. 이 문장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살다가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평범한 미래'를 꼭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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