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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Jul 06. 2023

엄마의 생일

오늘은 (이제 만으로도 40대가 된) 나의 생일이다. 20대처럼 12시가 땡 하자마자 울리는 요란한 축하메시지는 없지만 하루종일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았다.  단골 미용실과 쇼핑몰, 통신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쿠폰까지 보내주며 소중한 고객님의 생일을 축하해 줬고, 지인들은 오랜만에 안부를 전하며 축하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학교에서 반 아이들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그래도 마음 한켠이 서운한 건 오늘 아침 남편의 말 때문일 것이다. 출근하는 나에게 남편은 오늘 퇴근이 늦을 것 같다면서 생일파티는 주말에 하자고 했다.

'참나~ 지나고 나서 하는 게 어딨나. 그럴 거면 아침에 미리 하던가'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을 삼켰다. 아들은 출근하는 내 등뒤에 대고  "엄마 올 때 케이크 꼭 사 와. 나 케이크 먹고 싶으니까!!"라고 외쳤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직접 케이크를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


아이들에게 "좀 늦더라도 아빠 기다렸다 같이 케이크 할까?" 했더니 싫다고, 빨리 먹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케이크를 꺼내 초에 불을 붙이는데 서로 불겠다고 싸우더니 첫째가 후~ 하고 먼저 불자 둘째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둘째가 오빠를 때리고.....순식간에 식탁은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니들 가만 안 있어?! 넌 왜 또 동생을 울리고 그래? 넌 오빠를 왜 때려??" 아침부터 꾹꾹 눌러 담았던 서운함이 터져버렸다.

  

"니들 생일이면 엄마가 미역국 끓이고 먹고 싶은 거 다 해다 바치는데, 너네는 생일 며칠 전부터 갖고 싶은 거 노래를 부르사달라고 하면서, 엄마는 가족생일 다 챙기는데 내 생일은 누가 챙겨주냐?!!!"


누가 애고 누가 어른인지 구분하기 힘들 만큼 똑같은 수준이라고 흉봐도 어쩔 수 없다.

엄마도 사람인 걸...

 

저녁 먹은 걸 치우고 살살 눈치 보는 애들 보기 민망해져서 "책 가지고 얼른 들어와"라고 말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누워서 각자 가지고 들어온 책을 다 읽어주고 아이들을 토닥토닥이며 재우는데..


남편이 문을 빼꼼 열더니

"우리 파티하자~" 한다.

그 한마디에 거의 잠들 뻔하던 녀석들이 눈을 번쩍 뜨고 이불을 박차고 달려 나간다. 그렇게 자려다 말고 일어났다. 남편은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아이들은 누구 목소리가 더 크나 경쟁하듯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다. 남편이 "자~ 편지!" 라며 흰 봉투를 내밀었다. "정말??? 정말 편지 썼어?"

감동받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봉투를 열었더니 현금 몇 장이 들어있었다.

그럼 그렇지..

아들은 봉투를 뺏어 현금에 숫자를 세며 나름 계산을 하더니,

"엄마, 아빠가 엄마한테 일억이나 준거야???" 한다.

"그러네, 아빠가 일억을 줬네~" 하니까

"와. 대박. 우리 가족이 엄마 생일 엄청 챙겨주네~"

"그래, 엄마는 누가 챙겨주냐고 한 말 취소야."


하루종일 서운했는데 케이크 하나에 금세 풀려버리고, 품에 안겨 까불대는 두 애들 바라보면서 실실 웃는 나를 보면서 '내가 엄마는 엄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이렇게 쉬운 여자 아니었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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