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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Jul 16. 2023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지난주 토요일에 둘째는 열이 나기 시작했다. 아침에 소아과에서 해열제와 감기약을 타왔으나 약을 먹기만 하면 다 토해내 버리고 열은 떨어질 줄 몰랐다. 결국 저녁에 응급실에 다녀왔다. 응급실 수액과 해열주사 빨로 잠깐 괜찮다가 일요일부터 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고, 혹시나 해본 독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아이는 입을 틀어막고 약 먹기를 거부해서 약 먹일 때마다 진을 뺐다. 다른 약은 넘어간다 쳐도 타미플루는 끝까지 먹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이와 나의 힘겨운 사투가 이어졌다.ㅠ 해열제는 먹으면 토해버려 퇴근 후 아이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가 해열 주사로 열을 낮추곤 했다. 그러나 증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눈곱이 잔뜩 낀 채 밥 한술 못 먹어 갈수록 말라가는 우리 아가는 좀비를 연상케 했다.

 

 대학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아데노바이러스'.

"아니, 독감 중에 또 다른 바이러스가 생기기도 하나요?"

"요즘은 검사하면 하나의 바이러스만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많게는 다섯 개까지도 나와요."

코로나 이후 각종 바이러스들이 마치 부스터를 단 듯하다. 그리고 금요일엔 중이염 진단이 추가되었다.

그렇게 아이는 꼬박 일주일을 앓았다.


시어머니가 월요일에 올라오셨고 토요일인 어제 내려가셨다. 아마 어머니도 병이 나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같지만 아이들 면역력에 좋다는 영양제를 잔뜩 사 왔다. 그동안 내 건강만 신경 쓰고 '아직 어리니까..'라며 아이 건강을 방치한 것은 아닌가 후회가 밀려왔다.


이번 주는 거의 모든 활동이 중단되었다. 한 번 남은 북디자인 수업도 가지 못했고, 국어과 평가 협의회와 회식에도 당연히 참석하지 못했다. 운동도 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 해야 할 일들만 겨우 하고 퇴근하면 오직 아이 케어에만 매달렸다. 그렇게 한 주를 보내고 주말을 맞이했다.

때마침 지루하게 내린 비가 그치고 아이의 병도 끝이 나는가 보다. 아이 상태가 호전되면서 이번 주말에는 집안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남편에게 아이를 잠시 맡겨두고 집 앞에 마사지숍을 찾았다. 처음 생겼을 때 가보고 '너무 좋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일 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뭉친 어깨랑 등, 목을 풀어주고 발 마사지를 받고 왔는데 몸이 종잇장처럼 가벼워졌다.

'뭐가 이리 바쁜 지 일 년에 한 번도 오기가 힘들다니.'

시간을 내려면 얼마든지 낼 수는 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겠지.

  

일요일 오전엔 남편이 아이들과 산책하러 나간 동안 블루투스로 음악을 들으며 집안 청소를 했다. 청소를 끝내고 커피 한 잔과 베이글을 먹으며 책을 읽었다. 산책 나갔던 남편과 아이들이 돌아왔다. 남편 손에 들려있던 팥빙수를 다 함께 맛있게 먹었다.


평범한 삶을 지루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약간 아니 그보다 좀 많이 있다. ;;

무언가를 해야만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여기기도 했다. 결과가 가져다주는 성취감은 늘 나를 짜릿하게 했다.  

그러나 요즘은 평범한 삶이 주는 소중함을 자주 느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한 삶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주는 평온함에 안정감을 느끼는 날이 하루 이틀 늘어나고 있다.


곧 있으면 여름 방학이다.

그동안 방학 중 반은 연수나 강의를 신청해서 듣고, 영어공부, 운동, 독서 등 새해를 맞이하는 것만큼 비장한 각오와 계획들을 세워왔다. 그런데 이번 여름방학은 아이 둘과 제주에서 보낼 계획이다.

출발하기 일주일 전인데,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해 놓은 것 말고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어떤 의무감도 없이, 오직 마음에 따라 생활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글도 쓰고 싶으면 쓰고, 쓰고 싶지 않으면 쓰지 않을 것이다. 책도 읽고 싶으면 읽고.. 사실 잘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안돼도 상관없다. 나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르게 생활해보고 싶은 것이니까.

의미 있는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평범한 일상 그 자체가 의미 있음을 알아가고 싶은 것이니까.

 올여름은 그렇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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