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큰 아이의 학교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육아휴직을 했다. 아침에 정문 앞까지 아이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와 집안일을 마치고 나면 커피 한 잔을 내려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썼다. 어린 시절, 학창 시절 나의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도 떠올리며 글을 썼다. 그렇게 글 쓰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글쓰기는 나를 과거의 어느 한순간으로 데려다 놓는다.
어떤 날은 그 시절 추억에 젖어 마음이 들뜨기도 했고, 어떤 날은 울면서 썼다. 그러는 동안 오랫동안 아물지 않은 상처가 괜찮아진 것 같기도 했고, 새로운 희망이나 꿈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1학기 휴직생활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복직을 하면 지금처럼 글을 쓸 수 있을까?'
중학교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퇴근시간이 빨라서 부럽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일하는 동안 높은 에너지를 요구하기에 빠른 시간에 소진된다. 그렇게 돌아와서 아이 둘 육아에 집안일..
글쓰기는 언감생심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의지를 가지고 쓰겠지만 생활이 의지를 꺾어버릴 것 같았다.
'함께 쓰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
의지가 강한 편이 못되지만 책임감은 강한 편이다. 그리고 함께 할 때 좀 더 에너지를 내는 편이다. 그래서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글쓰기 모임'이다.
처음에는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려고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마음에 닿는 모임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매일 글쓰기 모임을 모집합니다'
블로그에 모집글을 올렸다.
'아무도 안 한다고 하면 어쩌지?'
'내가 책을 한 권이라도 써낸 작가도 아니고, 유명한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글쓰기 모임을 한다고 하면 누가 같이 하려고 하기나 할까? '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내가 되뇌는 말이 있다.
"아님 말구~"
나는 늘 잘 안 되는 게 본전이고 기본값인 사람이다. 그래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이 기본적으로 낮다. 안되면 말구~
처음에 두 분이 오셨다. 카페를 만들어서 거기에 글을 올리기로 했다.
모임 운영이 처음이라 미숙한 점이 많았고 소통이 잘 안 됐다. 첫 번째 기수는 아쉬움을 남기고 끝났다. 그러나 소득이 아예 없지는 않다. 글쓰기 덕분에 복직 후 2학기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할 수 있었고, 글쓰기도 매일 할 수 있었다.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일에 적응이 되었다.
그래서 바로 2기를 모집했다. 그때는 9명인가 오셨던 걸로 기억한다. 단톡방을 운영했고, 소통도 잘 되었다. 그다음 기수엔 줌미팅을 하기도 했고, 그다음엔 글쓰기 관련된 책을 함께 읽고 독서모임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9기까지, 일 년이란 시간 동안 글쓰기 모임을 하며 거의 매일 글을 썼다.
그러는 동안 브런치 작가가 되기도 했고, 그동안 써온 원고를 모아서 투고를 해보기도 했다.
(물론 부족한 점이 많아 출판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일 년간 이어오던 매일 글쓰기 모임은 오늘을 끝으로 잠시 쉬어가려고 한다.
일 년 동안 거의 매일 글을 썼더니 글감이 바닥이 난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글감이 아니라 내 사유가 바닥난 것 같다. 글감이야 일상에서도 항상 존재하지만 그걸 엮어낼 사유의 힘이 부족해졌다. 열심히 소진했으니 다시 채워 넣어야 할 시간이 필요했다.
일 년 내내 글이 잘 써졌을 리 없다.
심하게 권태기가 온 적도 있고, 쓰는 게 힘들고 괴로웠던 적도 있다. 글쓰기 재능에 목말라하기도 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글에 두껍게 화장을 했다. 그래놓고 글이 마음에 안 들어 또 괴로웠다. 그래도 계속 썼다.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괴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일 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 모임 덕분이었다.
글쓰기 모임을 하는 동안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부족한 글이지만 글 읽어주고 정성스런 댓글로 응원해 주는 이들이 있어 힘이 났다. 안정적인 독자를 확보하는 게 글쓰기를 지속하는 힘이 된 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어떤 글을 위로가 되었고, 어떤 글을 부럽기도 했다.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사는 곳도 다른데, 다른 사람들의 글 속에서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나만 하는 생각이라고 느꼈을 때는 외로웠는데 다른 사람 글 속에서 내가 보일 땐 위로가 되었다.
오늘 새벽엔 북적북적 매일 글쓰기모임 9기 마지막 줌미팅을 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나와 함께 글을 써준 분들이다.
늘 다정하고 따뜻한 댓글로 나를 지지해 줄 뿐 아니라 늘 자극을 되어주고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해 준 고마운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