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수영 강습을 받고 출근하는 나에게 교감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박 선생 요즘도 수영하고 출근해요?"
"네^^ "
"꽤 오래 하네?? 그럼 수영 잘하겠네요?!"
"아.. 잘 하진 못해요^^;;"
그러다 문득 수영을 '잘'한다의 기준이 뭘까 생각해 봤다.
일단 내 기준에서 수영을 '잘'하는 것은 쉬지 않고 자유형을 오래 하는 것이다. 일명 뺑뺑이.
50m 만 가도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나는 자유형 뺑뺑이 도는 분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런데 자유형 뺑뺑이를 돌고 들어오는 강습생 분께 "수영 정말 잘하시네요~"라고 했더니 "제가요? 전 잘 못해요. 접영을 아직 잘 못하거든요.." 한다.
그분 기준에 수영을 '잘'한다는 것은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네 가지 영법을 모두 구사할 줄 아는 것이다.
그런데 4가지 영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분께서는
좀 더 멋진 자세로 수영을 '잘'하고 싶다고 하더라..
각자 자기만의 '잘'함의 기준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만의 '잘'함을 위해 노력한다. 그 기준은 상대적인 거라 내 기준을 충족해야 비로소 만족스러워진다.
나에게 글을 '잘'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떤 문장은 나를 그 장소, 그 상황으로 데려다 놓는다. 너무 생생해서 어떤 마음인지 잘 알겠을 때,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생각이나 마음을 꼭 들어맞게 표현한 그런 문장을 만났을 때 나도 이렇게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글을 읽고 있는 내게 영감을 주거나 어떤 행동을 하고 싶게 만드는 글이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글이다. 그 힘으로 약간의 용기를 내보기도 하고, 좀 더 단단하게 마음먹어보기도 한다. 이런 글을 읽다 보면 어김없이 나도 이렇게 '잘'쓰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한동안 글에 '깊이가 없다'는 피드백이 목에 가시처럼 걸려 글을 쓸 때마다 목구멍이 따가웠다. 그 말을 삼키지도 뱉어내지도 못하고 못하고 켁켁 거렸다.
<김봉현의 글쓰기랩>에 '깊이가 없다'는 평론가의 말에 결국 죽음을 택한 여성 미술가가 등장하는 소설이 언급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물론 깊이가 있으면 좋다. 그러나 깊이를 모두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다. 아니 강요해서는 안 된다. 깊이보다 중요한 것은 스타일이다.'라고 말한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내가 쓰고 싶은 글은 '깊이 있는 글'인가?'를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결국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에, 내 마음에 꼭 드는 나만이 쓸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쓰는 일이 늘 즐겁지만은 않다. 요즘은 괴로움이 더 크다.
그런데도 여전히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니.. 글 쓰는 일이 좋긴 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