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님은 본인의 삶이 바쁘다 보니 자녀들에게 많이 신경을 못쓰셨다. 학교에서 받아오라고 내어주는 부모님 동의서는 언제나 나의 사인으로 대신했다.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도 대학교를 진학할 때도 늘 나 혼자 고민하고 선택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자취를 하게 되어 방을 구할 때도 혼자 방을 구하러 다녔다. 친구들은 신기하다 했지만 나는 익숙했다. 나의 선택이 가끔 버겁기도 했지만 미룰 수 없었다. 게다가 두 살 어린 동생의 선택도 내 몫이었다.
'선택에 대한 두려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선택이 잘못되면 어쩌나.. 불안했다. 선택이 잘못되면 부모님을 탓할 수도 없었고 온전히 내 책임인 것만 같았다.
늘 잘해야 한다는 강박, 실수하면 안 되고 최고의 선택을 해서 부모님께 '역시. 알아서 잘하는구나.'라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늘 선택을 하고 나면 제대로 한 것이 맞나? 늘 확인하고 돌아보고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후회하고 자책하고를 반복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나니 내 선택에 더 큰 책임이 따른다. 선택에 대한 부담이 더해갔다. 교사라는 나의 직업 역시 늘 무언가를 선택해야 했고 나의 선택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늘 부담스러웠다.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은 없는 겁니다. 선택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여덟 단어> , 박웅현
처음 이 문장을 읽고 큰 위로가 되었다. 후회와 자책으로부터 많이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은 혼자 끙끙대기보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많이 들으려 하고 일단 선택한 일에 대해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해답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시간 책을 펴곤 했다. 나와 같은 고민을 먼저 한 이들의 말에 기대기도, 힘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정답은 아닐지라도 방향은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향대로 노력하다 보면 문제가 풀리는 순간도 많았다. 그렇게 내 선택에 책은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질 때 지더라도 언제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모든 답이 정답이 아니니 아무거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면서 그것을 옳게 만들면서 삽시다.'
이렇게 책을 통해 나는 선택의 두려움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