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의 재미

by 슈퍼엄마


수영을 시작한 지 햇수로 4년째이다. 중간에 코로나 때문에 1년 가까이 쉬기도 했지만 꾸준히 배우고 있다. 어디가서 수영 배운 지 3년이 넘었다고 하면 선수급 실력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25m 레인을 왕복으로 돌고 나면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이 숨을 헐떡거리며 힘들어 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부터 작은 키, 왜소한 체구로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체육 시간만은 예외였다. 체육 선생님의 부름을 받아 반 친구들 앞에서 앞구르기, 멀리뛰기, 뜀틀은 물론 농구, 배구 같은 구기 종목까지 시범을 보여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운동을 즐겼다. 요가, 필라테스, 헬스 등 운동을 시작했다 하면 운동 신경이 좋다는 말을 들었기에 운동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대단했다. 수영을 배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수영을 처음 하게 된 것은 남편의 권유였다. 직장생활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저녁시간엔 꼼짝없이 육아에 메어있는 몸이었다. 운동을 하고 싶으니 일찍 들어와 달라는 말에 남편은 새벽에 수영을 다니는 것은 어떠냐고 했다. 어릴 적부터 수영장에 가본 경험이 거의 없고 물놀이도 즐기지 않는 편이어서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직장에서 차로 2분거리에 수영장이 있었고, 아침에 등원 전쟁에서 탈출할 수 기회라고 생각하니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그렇게 수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수영은 다른 운동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다.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 것부터가 커다란 도전이었다. 아침부터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도 큰 결심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물 속에 들어갔을 때,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내가 다니는 곳은 어린이 수영장이라 물이 가슴 높이밖에 안되는데도 바닥에서 발을 떼기가 무섭게 살려달라 두 팔을 허우적대기 일쑤였다.

수영이 끝나고 나면 매번 참담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어찌됐건 운동이 끝나고 샤워를 하고 출근하면 상쾌한 기분도 들었고 아침 시간의 여유로움을 포기하기 어려워 꾸역꾸역 다닌 것이 3년이 넘은 것이다. 이제 물에 대한 공포감은 줄었지만 여전히 늘지 않는 고만고만한 실력으로 나는 물론 선생님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수영장에서 안면을 트고 가깝게 지내던 언니가 새로 생긴 체육관에 수영장 생겼다며 주말에 자유 수영을 가자고 제안하였다. 강습이 아닌 자유 수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겁도 나고 망설여졌지만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니라는 부추김에 넘어가 함께 하게 되었다. 주말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수영장을 간다는 나를 남편은 재미있어하며 바라보았다.

“이제 수영에 재미 좀 붙은 거야?” “ 재미는 무슨...그냥 수영장에서 친해진 분들 같이 가자길래 간다고 했지.” 남편은 “그래도 거절하지 않고 가는 거 보니 재미 좀 붙은 거 같은데?” 라며 웃었다. “그런가?” 뚱하게 대답했지만 내심 기대가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강습받던 수영장과 달리 물이 턱 끝까지 낳는 바람에 놀라 까치발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러다 같이 온 언니를 따라 천천히 한 바퀴를 돌고 왔다. 서로 자세를 봐주기도 하고 잘 안되는 부분에 대해 자기의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했다. "발을 너무 빨리 차지 말고 천천히 해봐. 그럼 숨이 덜 찰거야." 그렇게 힘을 빼고 찼더니 한 바퀴는 수월하게 돌았다. "오 잘하네. 그럼 이번엔 한바퀴 반 도전?" 그렇게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갔고 점점 나아지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그렇게 수친(수영친구)들과 평일에는 강습받고 주말에는 배운 것을 복습하며 자유 수영을 다녔다. 하루는 강사님께서 나에게 자세가 좋다며 한 번 시범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내가 고생하는 걸 오래 보아온 수친들은 "오~" 하며 격려 해주었다.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예전 같으면 이불 속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을 텐데 수영가방을 챙겨 들고 수영장으로 향한다. 이제 물 속에서 버둥거리지 않고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수영을 하게 되었다. 가끔은 물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틈틈이 수영 유튜브도 찾아보고 예쁜 수영복을 검색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수영을 즐기게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 한번에 찾아오는 재미도 있지만 오랜 시간 천천히 찾아오는 재미도 있다는 걸 알았다. 친해지는데 오래 걸린만큼 더 오래 재미를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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