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6시 수영을 하고 좋아하는 빵집에 들러 샌드위치를 사서 출근을 했다. 지난주에 방학을 했지만 국어보충수업을 개설했기에 출근을 한 것이다. 교무실엔 나밖에 없다. 커피를 내려서 사온 샌드위치와 함께 먹는다. 좋아하는 음악도 선곡해 본다.
여유로운 아침이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여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난 십 대 때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껴안고 사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하루빨리 독립을 하고 싶었다. 바람대로 17살에 독립을 하였지만 그때부터 외로움과 가난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담임 선생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학비도 제때 내지 못해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능 시험을 치르고 그다음 날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생활하는 동안에도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하며 생활비와 용돈을 마련했다. 그 시절엔 작가가 꿈이었지만 입밖에 내기 어려웠다. 내게 글을 쓰는 일은 사치였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삶은 언제까지 이렇게 고달프기만 할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눈물을 쏟은 밤은 헤아릴 수도 없다. 취직을 하면 나아질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나아질까? 그러나 삶은 매 순간 나를 새로운 함정에 빠뜨리곤 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늘 평범한 미래를 꿈꾸고 상상했다.
지금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게 그런 시기가 있었음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나도 가끔 믿기 어렵다. 꿈을 꾼 것 같을 때도 있다. 기분 나쁜 악몽 같은 것.
어젯밤 어떤 모임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죽음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고백을 들었다. 그리고 삶은 시소 같은 것이라고 언젠가 좋은 날 올 거라고 위로하는 말도 들었다. 그 순간엔 아무 말도 못 했지만 오늘아침 내가 마주한 평화와 여유로움에 눈물이 울컥 날 만큼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김연수 작가의 <너무 많은 여름이>의 한 구절을 함께 나누고 싶다.
"지금까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야. 과거는 다 잊어버리자. 내가 어떤 집에서 태어났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누구를 만나 사랑했고, 어떤 꿈을 가졌었는지는 다 잊어버리자. 대신에 오로지 미래만을 생각하기로 해. 이제까지는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미래가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러나 아예 잊어버리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중에 찾아올 그 어떤 평범하고 여유로운 날에 맘껏 감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