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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Mar 10. 2024

뜨거운 시 수업

<너에게 묻는다>를 읽고..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배우기 전에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감상하고 싶은 작품으로 수업 문을 연다. 중학교 3학년 국어 1단원 '문학과 만나는 시간'을 여는 첫 작품으로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를 골랐다.


내가 산 최초의 시집은 안도현 시인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인데 그 시집에 실린 첫 번째 시가 바로 '너에게 묻는다'이다. 이 시를 스무 살에 처음 읽었다. 짧지만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미련으로 힘들어했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학업에 대한 미련, 나에게 정말 잘해준 친구였는데 그렇게 헤어져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 공부든 인간관계든 어느 하나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늘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했던 내 모습을 마주하고 부끄럽고 당혹스러웠다.

이 시가 너무 좋아서 이 시가 실린 시집을 샀고, 그때부터 짧지만 마음에 오래오래 머무는 시를 좋아했던 것 같다.


이제 중학교 3학년에 올라온 아이들에게 중학교 생활을 후회 없이 보내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이 시를 함께 읽었다. 처음엔 연탄이라는 소재가 아이들에게 낯설까 봐 고민했지만 아이들은 연탄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역시~ 너희랑 나랑 같은 세대라 통할 줄 알았어~"

무리수를 뒀는지...이 말은 받아주지 않는다^^;;

시를 읽고 나서 나의 경험담과 함께 시 속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선생님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면 나중에 헤어졌을 때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적당히 몸을 사렸던 것 같아.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중에 상처받고 후회하는 사람은 온 마음을 다하지 못한 사람이더라. 오히려 최선을 다해 뜨겁게 사랑한 사람은 후회도 미련도 없더라. 사랑이든 일이든 공부든..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해보자. 물론 모든 일을 다 그렇게 할 순 없지만 한 번이라도 '진짜 뜨겁게 살았노라~'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어. 중학교 마지막 학년 뜨겁게 지내보자!!"


아이들은 조용히 끄덕였다. 그런데 앞에 앉아있던, 작년 우리 반이고 나를 따랐던 지원이가 우는 게 아닌가?

순간 너무 당혹스러웠다. 수업 중에 "너 왜 우니?" 라면서 아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싫어 조용히 모른 척 넘어갔지만 사실 짐작은 하고 있다. 지원이는 개학날 "선생님 저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요ㅠㅠ" 라며 198일 사귄 남자 친구와의 이별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수업이 끝나고 지원이는  날 찾아와 헤어진 전남친이 생각났다고 했다.

"흑흑 선생님은 왜 하필 그런 시를.. 마치 저 들으라는 듯이!!"'

"ㅋㅋ 아냐 아냐 내가 설마 너 들으라고 그랬겠니?! 괜찮아 괜찮아. 다음 남친에게는 잘해주면 되지~"

"근데 선생님, 저 이 시 예전부터 알던 시였거든요. 근데 그때 읽었을 땐 아무런 생각도 없었는데 오늘은 왜 눈물이 나는지.. 당황스러웠어요."

"원래 문학작품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감상하는 거니까.. 지원이가 그 사이에 생각과 경험도 많아져서 그런가 보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보아왔던 아이들인데, 아이들이 몸뿐 아니라 생각과 마음도 크고 있다는 게 보인다. 그래서 문학수업은 아이들이 커갈수록 더욱 재미있어지는 것 같다.

올해도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함께 공유하면 많이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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