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근무하는 학교이고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들을 올해도 가르치니 적응이 필요 없을 것만 같았는데 그럼에도 몇 가지 적응해야 하는 것이 있다.
올해는 전 학년 전자칠판이 들어왔다. 1학년은 재작년에 들어왔고 작년 말에 2, 3학년도 설치가 끝났다. 전자칠판을 사용하려면 비밀번호를 눌러야 한다. 난 1, 3학년을 가르치는데 학년마다 비번이 달라서 헷갈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학급에는 태블릿 pc 보관함이 있는데 이것도 역시 비번이 걸려있다. 교무실에도 도어록이 걸려있다. 화장실에도 도어록이.. 교무실마다 비번이 다르니 지난번 물건을 빌리러 1층 교무실에 갔는데 다들 수업 들어가시고 아무도 없어서 못 들어갔다.ㅠ 외워야 하는 비밀번호가 너무 많다 보니 메모장에 적어두고 다니게 되었다.
분필가루 마시고 지우개 털던 세대인 내가 전자칠판을 사용하여 가르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업하다 진땀이 흐를 때가 종종 있다. 오늘은 1학년 수업을 하는데 디지털 교과서가 2학기 것이 깔려있었다. 여기저기 다 뒤져도 없길래 새로 깔려고 보니 아무래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하는 수없이 교과서만 가지고 수업을 나갔다. 아이들이 지루해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적극적으로 잘 참여해 주어 다행이었다.
1학년과 3학년을 가르치다 보니 수업시간에 온도차가 극명하다. 오늘 1학년 교실에서 "누가 한 번 말해볼까?"라고 하니 순식간에 3-4명 정도가 "저요!!" 하며 손을 들었다. (봉숭아 학당인 줄..... 이거 알면 연식 나온다!)
하... 너무 생경한 모습에 감동이 밀려올 정도였다.
3학년 교실에서는 "누가 한 번 말해볼까?"라는 말이 끝나면 정적이 흐른다. 내 눈을 피하는 아이, 갑자기 무언가를 열심히 쓰는 아이.. 그럼 나는 "오늘이 며칠이지?"의 익숙한 멘트를 하곤 한다. (전자칠판을 써도 변하지 않는 멘트..)
무슨 말을 해도 반응 없는 3학년에 비하면 1학년은 사소한 얘기에도 까르륵 넘어가는데 확실히 귀엽다.
각 학년마다 장단점이 있다.
1학년은 말도 잘 듣고 너무 귀엽지만 질문이 너무 많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야 하고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쓸게 너무 많다. 학기 초에 진짜 바쁘다.
3학년은 알아서 척척이라 신경 쓸게 별로 없어 편하지만 다 컸다고 반응도 잘 안 해주고 뭐든 능구렁이처럼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 그리고 진학시기에 좀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