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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Sep 04. 2024

아프면 서럽다

요즘 너무 우울하고 속상하다.

바로 일주일 전쯤 운동으로 하나 된 우리 가족이란 글을 썼다.

2학기 개학을 하면서 오랜만에 헬스를 시작했고, 주 2회 pt를 받으면서 너무 재밌고 에너지가 솟는 것 같다고 썼다. 남편과 아이들까지 덩달아 운동을 하고, 운동으로 하나 된 가족이라고 흐뭇한 마음으로 쓴 글이다.

그런데 바로 그다음 날...

가슴과 팔 위주로 상체운동 pt를 받았다. 운동을 다하고 내려왔는데 팔이 힘이 안 들어가 기어를 넣기도 힘들었다. 다음날 팔이 너무 아프고 뻐근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근육통인 줄 알았다. 그다음 날이 되고 팔이 올라가지 않고 숟가락도 못 들게 되면서야 '아.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왔지만 이 정도의 근육통은 겪어본 적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긴커녕 통증이 더 더 심해져서 다음날 정형외과에 갔다. 다행히 뼈나 관절에는 이상이 없고 운동을 과하게 하여 미세근육에 손상이 온 것 같다고 했다. 진통제, 소염제 등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주말에는 워터파크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당연히 못 갔고 아이들이 매우 아쉬워했다.

며칠간 수영도 안 가고 운동을 쉬었는데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고 컨디션도 너무 안 좋았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팔이 점점 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팔뚝이 좀 붓는 거 같더니 점점 부어올라 손목 위로 전체가 부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팔뚝이 2배로 부은 것 같았다. (체감상으로는 마동석 팔뚝이 된 것 같았음.)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보더니 "팔이 왜 그래요?" 라며 깜짝 놀라셨다.

"근육에 손상이 있다더니 자꾸 이렇게 붓네요.."

내 말을 듣고 한 선생님이 인터넷이 '근력 운동 후 팔 부음'으로 검색을 더니 놀란 표정으로 내게 링크를 보내주셨다.

글에 나온 내용은 나의 증상과 너무도 비슷했는데 '횡문근 융해증'이라는 병명으로 근육이 괴사 되면서 세포 안에 있는 근육 성분이 혈액으로 방출되면서 생기는 증후군이라고 한다. 심하면 신장에도 이상이 생기는 병으로 가볍게 여길만한 것이 아니었다.

선생님들의 권유로 어제 수업이 없을 때 잠깐 나가서 피검사를 하고 왔다. 그리고 오늘 병원에서 검사 결과에 대해 전화로 안내를 해주었다.

예상대로 '횡문근 융해증'이 맞다고 한다. 다행히 경미한 수준이라 신장이나 다른 부분은 다 정상수치라고 했다. 치료방법은 수액을 맞고 물을 수시로 마셔 소변배출을 용이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심하면 입원도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닌 듯했다.

증상 중에 하나인지 무기력과 피로감도 있었는데, 나 더 우울하게 하는 건 당장 병원에 갈 상황이 안된다는 것이다. ㅠㅠ 오늘은 퇴근하고 5시가 넘어서 갔더니 수액 맞는 데는 1~1시간 30분이 걸리는데 병원은 6시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나마 오래 하는 곳은 하필 휴무이고.. 내일도 남편은 시간이 안된다고 하는데 애들을 맡길 데도 없다. 서러움이 밀려왔다.

팔을 되도록 쓰지 말라는데, 가정주부가 팔을 안 쓰는 게 가능한 일인가. 내 몸 씻는 것도 힘든데, 아직 둘째는 씻겨줘야 하고 밥 차리고 치우는 것도 안 할 수가 없다. 빨래만 개도 팔이 욱신거리는데 남편은 퇴근길에 들고 온 봉지를 내밀며 과일 좀 씻어달란다. 문 앞에 있는 택배상자는 아무도 들여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일찍이 독립해서 혼자 지내면서 '아프면 만 손해이다.',  '아프면 서럽다.'를 저절로 터득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서는 건강 염려증이 좀 심해져서 몸에 안 좋은 음식도 잘 먹지 않고, 영양제도 챙겨 먹고, 몸이 좀 안 좋다 싶으면 바로 병원에 가는 등 몸을 끔찍이 아꼈다. 그러나 이것도 내 몸 하나 건사할 때 얘기지, 챙겨야 할 가족이 생기니까 오히려 내 몸 돌보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 와중에 식단도 신경 쓰고 꾸준히 운동하며 나름 건강한 삶을 이어가려 애썼는데 이렇게 되니 너무 속상하다.


누군가는 '적당히 해야지', '너무 무리한 거 아니냐?' 생각할지도 모른다. 사실 말만 들으면 내가 엄청나게 운동을 열심히 한 거 같지만 사실 그것도 아니다. 무리해서 열심히 한 걸로 치면 3년 전에 바디프로필 준비할 땐 새벽에 조깅하고 하루 2시간씩 매일 헬스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퇴근하고 40분 팔 운동한 걸로 이렇게 되다니.. 하긴, 일 년 전과 후도 다른데, 3년 전과의 비교가 어쩌면 무의미하다 싶다. ㅠㅠ

푸념과 한탄도 역시 나만 손해다. 당분간 적절히 휴식을 취하고 몸을 회복하는데만 집중해야겠다.

아무튼 아프면 서럽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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