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돌아가신 엄마가 꿈에 나왔다.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지만 엄마 꿈을 꾼 적은 거의 없기 때문에 좋기보다는 이상하고 놀라웠다. 꿈의 내용을 잊을까 봐 빠르게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놨다. 꿈에서 깨서 검색창에 '돌아가신 어머니 꿈'이라고 쳤다.
'모든 일에 행운이 따라 좋은 성과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좋은 꿈 풀이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기에 꿈에서 엄마의 표정은 좋지 않았는데..
'꿈의 상황과 어머니의 모습, 행동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나 후회를 나타내기도 하고, 현재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주거나 조언을 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시작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꿈에 인희언니가 나왔다. 언니는 내가 중학교 때 좋아했던 선배이다. 제일 좋아하는 선배이자, 친언니처럼 따르던 언니. 언니는 스물다섯 살인가? 조금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먼 지역으로 이사를 가버린 탓에 안 본 지가 오래되었다. 가끔 전화로 안부를 전하곤 했지만 나 역시 사는 게 바빠지면서 연락이 끊긴 지 꽤 된 것 같다. 이번에도 검색창에 쳐봤다.
'옛날 알던 지인, 친구의 꿈에 나오는 것은 과거의 실패에 대한 불안감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교훈을 암시합니다. '
어떤 실패의 반복을 말하는 걸까? 나는 어떤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나??
처음으로 꿈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이 억눌린 욕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했다. 난 어릴 적부터 꿈을 잘 꿨다. 어릴 땐 주로 떨어지는 꿈, 쫓기는 꿈을 꿨고, 깨고 나서도 헉헉거릴 정도로 생생했다. 아빠는 키가 크려고 하는 거라 했지만 난 그때 뭔가에 쫓기듯 늘 불안했던 거 같다.
내 아이들의 태몽도 내가 꿨다. 첫째는 탐스러운 과일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그중 하나를 따는 꿈이었고, 둘째는 커다란 새가 날아와 내 몸을 덮는 꿈이었다.
그렇다 보니 점, 미신 이런 건 잘 믿지 않는 편인데 꿈을 꾸고 나면 꿈 해몽을 찾아보기도 하고, 왜 그런 꿈을 꿨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한다. 아마도 꿈에 담겨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일단, 요즘 운동을 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 음악을 듣곤 했는데, 음악은 그 시절로 나를 순식간에 데려다 놓은 타임머신 같았다. 그렇게 예전의 일들을 떠올리거나 생각하는 일들이 자주 생겼다. 그러나 난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고, 오히려 과거의 삶이 훨씬 힘들었기에 그 시절을 그리워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힘들다고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닌 듯하다. 아이를 키울 때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이 빨리 크기를 바랐고 또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지금이 훨씬 여유롭고 편한데도 가끔은 그때가 그리울 때도 있다. 최근에는 스터디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면서 예전에 임용고사 준비하느라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생각이 났다. 다시 생각해도 지독하게 외롭고 힘들던 시절이다. 그런데 오직 꿈을 향해 달리고, 나만 신경 쓰고 살았던 그 시절이 살짝 그립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힘들다고 기억하던 그 시절에도 좋은 순간들은 있었다.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시절은 없다. 동전의 양면처럼 영광의 순간에도 어려움은 늘 있었고, 힘든 와중에도 보석같이 빛나던 순간이 있었다. 단지 그 시절을 통과할 때는 힘든 것이 더 크게 느껴지는데 지나고 나면 좋았던 기억만 남는다. 그래서 인간은 언제나 과거를 그리워하는가 보다.
요즘은 내가 도전하고 꿈꾸던 몇 가지 일들이 대부분 수포로 돌아가거나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할 거면 제대로 하던가...' 시간 낭비만 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시간들을 지나면서 얻은 것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일은 잘되지 않았어도 얻은 사람이 있고, 사람은 차갑게 떠났지만 따뜻하게 남은 말들이 있다. 그것들이 나를 토닥여준다.
어느 드라마에서 '추억은 힘이 없다'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나는 그 시절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면서, 지금 이 힘든 것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운 순간이 될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힘을 내기로 했다.
오늘은 인희 언니에게 전화를 해봐야겠다. 언니가 내 목소리를 통해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추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