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치의 반란

by 슈퍼엄마


초등학교 4학년, 아람단 단원이었던 나는 1박2일로 학교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다. 야영의 하이라이트 캠프파이어 시간에 노래자랑이 있었는데, 당당하게 무대에 나가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땐 무대 체질이었나 싶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동화 구연대회를 시작으로 나의 주장 발표대회도 매년 참가하고 상도 받았다. 지역 예선은 1등 해서 전국 대회에도 몇 번씩 나갔다. 그래서 남들 앞에 서는데 크게 거부감이 없었나 보다. 게다가 집에서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노래를 흥얼거릴 만큼 노래도 좋아하고 흥도 많았기에 주저하지 않고 노래자랑에 나갔던 것이다.


무대를 즐기고 내려온 나에게 친구들이 물었다.


"너 음치야??" 그 당시 음치의 뜻을 정확히 몰라서 "그게 뭔데?" 하고 물었더니 노래를 못하는 것이란다.


처음 듣는 음치 소리가 내게 청천 벽락 같았다.


속상한 마음에 야영장을 빠져나와 놀이터 구석에 있던 그네에 앉아 울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하필 그때.. 난생처음으로 집을 떠나 야영을 하는 내가 걱정되고, 잘 하고 있나 궁금한 마음에 엄마가 학교로 찾아오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이질 않자 친구들과 선생님이 나를 찾았고 결국 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너 여기에서 왜 울고 있어?"


놀라서 묻는 엄마께 "엄마, 친구들이 나보고 음치래.."라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혼자 울고 있는 나를 보고 아마 엄마는 더 속상하셨을 것이다. 엄마가 조금만 더 다정한 분이었다면 좋았을걸.. 엄마는 속상한 마음에 "그러게 노래도 잘 못 부르면서 나서길 왜 나서? 어휴~ 속상해 진짜!!" 위로는커녕 핀잔을 주며 더 속상해하는 엄마를 보고 어린 나이에 큰 상처를 받았다.


그 이후 '음치'라는 말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대학 때는 술자리 후에 늘 2차로 노래방에 가는 게 국룰이었는데 누가 노래 한 곡 부르라고 하면 "저 음치에요"라는 말로 먼저 선수를 치곤했다.


'절대 남 앞에선 노래 부르지 말아야지, 나는 음치니까, 엄마 말대로 노래도 못하면서 나서길 왜 나서...'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듯하다.




우리 학교 축제는 1부는 학급 부스로 2부는 공연 마당으로 진행되는데 학생들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미있기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축제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축제 공연마당에는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가 있는데 통안에 들어가 노래를 부르고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투표가 진행된다. 그리고 투표에서 1등을 한 사람은 통 안에서 나와 공개되며 앵콜곡을 부른다.


올해는 복면가왕에 선생님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학생회장이 섭외를 다녔다.


"선생님, 복면가왕 나와주시면 안 돼요~"


선생님들은 대부분 손사래 치며 거절을 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사실 그동안 축제를 보면서 언젠가 나도 한 번 나가보고 싶다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음치'주제에 노래에서 노래라니.. 언감생심이었다. 그런데 올해,, 이 학교에서 근무한지 5년 만기가 되었다. 이제 학교를 떠나는데 마지막으로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음치 트라우마도 극복하고 싶었다.


"선생님, 복면가왕 나와주시면 안 돼요?"


"응? 나?.. 어.. 근데 나 노래를 못해서. 미안.."


결국 용기를 내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집에서 한 번 연습을 해봤다.


"여보, 나 학교 축제 때 복면가왕 나가볼까?" 내 노래를 듣던 남편이 말했다.


"복면가왕이 아니라,, 너목보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너목보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라는 음치와 실력자를 고르는 프로그램인데 거기에 '음치' 역할로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는 거다.


아... 역시 나는 안되는가 보다.. ㅠㅠ


아니, 근데 뭐 노래자랑은 노래를 잘 하는 사람만 나가란 법 있나??


함께 즐기고 재밌으면 되는가 아닌가?


남편의 말에 오기가 생겼는지 갑자기 전투력이 상승했다.


그리고 그날 밤...


학생회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복면가왕 나갈게~!!!!"


"와!! 정말요?~ 네 알겠습니다!!!"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는 나는 또 저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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