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말해줘

by 슈퍼엄마

저녁 식사 후, 이를 닦고 나온 아이를 보며 남편이 말했다.
"우리 00이 치과 한번 가야겠다~"
이 말은 나에게 애들 치과 데려가라는 소리다.
"우리 00이 짜장면 먹고 싶구나?"
이 말은 나에게 짜장면 시키라는 소리다.

우리 남편의 말투다.
대화의 화살은 아이를 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나를 겨냥한 것이다. 나는 그걸 또 알아듣고 남편 뜻대로 움직인다.
모른 척 가만있어보기도 하고, 나에게 직접 말하라고도 정색해보기도 했지만 좀처럼 바뀌지 읺는다.

남편에게 이유를 물어도 굳이 이야기하지 않지만 짐작하자면... 자기의 어떤 말이 불씨가 되어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를 몇 차례 경험하고 나서는 직접 대화를 피하는 것 같다.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아닐 수도 있지 않나?'

그는 말한다.
“과거에 그랬기 때문에 지금도 그렇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과거가 그랬다 해도, 지금은 다를 수 있어.”

사실 그 다름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은 나다.
변화를 바라는 사람도,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도 나다.
나는 남편이 더 직접적으로, 더 솔직하게, 나를 향해 말을 걸어주길 바란다.
기분 나쁠까 걱정하지 말고, 그냥 치과 좀 예약해 줄래?, 오늘 짜장면 어때?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남편이 아이에게 하는 말을 듣고 움직일 때 가끔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우리 둘 사이엔 정적만이 남을 것 같아서.


빙 돌리지 않고 직접 건네는 말이 나를 사람으로, 아내로 더 믿고 존중한다고 느끼게 한다. 상대방이 오해할까 주저하거나 돌려 말하지 않을 만큼 우리 사이에 신뢰가 더 쌓였으면 좋겠다.

오늘도 여전히 그가 아이에게 건네는 말을 듣고 움직인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가 나에게 직접 말을 건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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