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첫 발령을 받고 전재산 500만 원으로 중고 경차를 샀다. 그 시절 출퇴근은 물론이고 장거리 연애를 하던 나는 겁도 없이 강원도와 충청도를 그 차를 타고 넘어 다녔다.
2년쯤 탔을까?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안전을 위해 남편이 타던 SUV로 바꿔 탔다. 그러다 눈이 많이 온 어느 날,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사고를 크게 냈다. 차는 폐차를 했고(그 와중에 멀쩡한 나::) 그 사고는 내게 첫 새 차를 안겼다.
처음 산 새 차를 타고 다시 초보운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얼마나 조심조심 애지중지 차를 다뤘는지 모른다.
그 차로 우리 두 아이를 다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추억이 많이 차다.
얼마 전 그 차를 떠나보내던 날, 나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단지 기계일 뿐인 줄 알았던 그 차가 내 청춘과 사랑, 육아와 모험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이별을 앞두고 있다.
첫 신혼집은 2년도 채 못살았다. 무리해서 집을 샀는데 새로 시작한 남편의 사업이 안 좋아지며 바로 팔았다. 그 후 평수를 줄이고 살림을 줄이고 전셋집에 사는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아등바등 아끼고 모아 빚도 갚고 신축 아파트 분양도 받았다.
그게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다. 가족과의 추억이 가장 많은 집이고 곳곳에 가족의 애정과 흔적이 남은 집이다.
그러나 이 집을 팔고 이사를 가기로 했다. 집을 내놓은 지 한참 됐는데도 소식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집만 팔리면 소원이 없겠다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는데....
오늘 드디어 계약을 했다.
계약을 하고 나면 속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또 눈물이 났다. (나이 드니 눈물이 많아지네;;)
곳곳에 추억이 묻어나는 우리 집, 정든 동네를 떠나려고 하니 아쉽기만 하다.
올해 5년간 근무하던 직장도 떠나고, 집도 이사하고 정말 변화무쌍한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이별은 언제나 쉽지 않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그때마다 필요한 선택을 해왔고, 나와 가족을 위한 결정을 내렸다. 익숙했던 것을 떠나보내는 일은 늘 어렵지만, 그 자리에 또 다른 시간이 쌓여갈 거라는 걸 알기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