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슈퍼엄마로 만들어 준 아이

by 슈퍼엄마

아들과 나란히 앉아 책을 읽던 어느 날, 내가 밑줄을 긋는 모습을 본 아들이 말했다.

“엄마는 어떻게 자도 없이 이렇게 줄을 반듯하게 그어?”

무심코 한 말이겠지만, 나는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생각지도 못한 칭찬이었다. 아들은 예전부터 그랬다. 아침에 계란 프라이 하나 해서 간장이랑 비벼 줘도 “엄마는 어쩜 이렇게 요리를 잘해?”라며 엄지를 치켜든다. 밥만 해줘도, 그림을 그려줘도, 숙제를 도와줘도 늘 칭찬이 먼저다.

“엄마는 그림을 잘 그리네.”
“엄마는 모르는 게 없네.”

내 닉네임 ‘슈퍼엄마’도 사실 아들이 지어준 거다. 네 살 때쯤,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엄마》를 함께 읽다가 책 속의 강하고 멋진 엄마를 보며 “우리 엄마도 슈퍼엄만데?” 하며 나를 ‘슈퍼엄마’로 불러주기 시작했다. 이름을 불러주자 꽃이 되었다는 시인의 말처럼, 내 아들은 그렇게 나를 꽃피우는 존재였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본다. 나는 그 아이를 뭐라고 불러주고 있었을까?

“어째 맨날 흘리고 먹냐, 칠칠치 못하게.”
“이 쉬운 걸 왜 틀려? 또 집중 안 하고 했지?”
“네가 오빤데, 동생한테 양보해야지.”

칭찬 대신 핀잔, 공감 대신 지적, 위로 대신 걱정의 말만을 반복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루는 아이를 이름으로 부르고 칭찬을 했더니,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아, 난 또 혼나는 줄 알고…”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엄마, 난 엄마가 내 이름만 불러도 긴장이 돼. 뭐 또 잘못했나 해서.”

그 말에 나는 아이를 조용히 앉혀놓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엄마가 요즘 지적도 많이 하고 혼내기도 했어. 네가 클수록 엄마 마음에 걱정이 커지고, 그게 말로 나왔나 봐. 미안해.”

잠자기 전, 이불을 덮고 한참을 대화했다. 엄마의 진심을 담담히 들어주는 아이가 고마웠다. 언젠가 아이가 더 크면, 한 이불 아래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밤도 사라지겠지. 더 늦기 전에, 더 많이 안아주고, 더 자주 웃어주고, 더 따뜻하게 말해줘야겠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때로는 잔소리로, 걱정으로, 기대라는 이름의 부담으로 전해질까 봐 두렵다. 그 사랑이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가 나를 ‘슈퍼엄마’로 만들어주었듯, 나도 아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응원하고 칭찬해 줄 수 있는 ‘슈퍼엄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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