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로또다.

by 슈퍼엄마

내 남편은 로또다. 하나도 맞지 않는다.

맞는 게 하나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정말 안 맞는 건 바로 '경제관념'이다.


나는 돈 대신 몸으로 때우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신혼 초, 우리는 주말부부였다. 남편은 신혼집에서 살고, 나는 결혼 전 살던 원룸에서 계속 지냈다. 그러다 임신을 하고 휴직을 하면서 살림을 합쳤는데, 원룸에 있던 살림살이를 옮기기 위해 용달을 불렀다.


"짐만 옮기면 20만 원, 포장까지 하면 25만 원이에요."

"그럼 짐만 옮겨주세요."


나는 5만 원을 아끼겠다며 부지런히 박스를 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몇 시간 만에 '아, 그냥 맡길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래도 5만 원이 어디냐며 꿋꿋이 포장을 마쳤다.


짐을 보내고 난 후, 용달 기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사모님, 약속은 20만 원이었는데, 사장님이 25만 원을 주셨어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그렇다. 나는 5만 원 아끼려고 땀을 뻘뻘 흘렸는데, 남편은 기사님이 친절하다며 팁으로 5만 원을 얹어준 것이다. 그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너, 그깟 5만 원 드렸다고 우는 거야?"남편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다. 돈 때문이 아니었다. 기사님께 돈을 드린 건 전혀 나쁘지 않다. 다만 그 순간, 우리 사이에 삼팔선만큼이나 넘지 못할 선이 있음을 느낀 거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우린 툭하면 돈 문제로 싸웠다. 사실 남편의 씀씀이는 결혼 전에도 알았다. 식당에 가면 먹고 싶은 건 세 개든 네 개든 시켰고, 특히 내게는 아낌없이 썼다. 나는 장학금을 못 타면 학교를 못 다니고, 알바를 못 하면 생활비가 막막했던 사람이라 택시 타면 큰일 나는 줄 알았고, 버스 환승 못 하면 하루 종일 아까워했다.


한때는 '이 남자랑 결혼하면 더 이상 궁상맞게 살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드라마 속 야망 넘치는 여주인공이 된듯한 상상도 했다. ㅎ

그런데 웬걸, 오히려 더 궁상맞아졌다. 한쪽이 펑펑 쓰니, 줄줄 새는 돈 구멍을 내가 막아야 했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다. 돈 벌고 애 키우는데 살림까지!! 이렇게는 못살겠다!! 며 파업을 선언했다. 앞으로 청소는 남편 도맡기로 했다. 남편은 너무나 태연하게 "오케이!"라고 했다. 며칠 후, 나는 물었다.

"여보, 화장실 청소 안 해?"

"응, 좀 있다 할 거야."


그런데 '좀 있다'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가 오셨다. 주 2회, 한 번에 4만 원. 한 달이면 32만 원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그 돈을 내가 받고, 청소는 다시 내 몫이 되었다.


겉으로만 보면 남편은 돈을 잘 벌어 잘 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소비보다 지출이 앞서는 '마이너스형 소비자'다. 그러다 코로나 시국이 닥쳤고, 남편은 졸지에 백수가 되었다. 월급 대신 실업급여를 받으며 버텼는데, 그 힘든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오랫동안 다져온 '궁상 스킬' 덕분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위기를 버텼고, 남편은 다시 재기할 수 있었다.


이사를 준비하며 종일 인터넷 검색하고, 발품 팔아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찾느라 지쳐 있는데, 남편은 말한다.

'모르면 제일 좋은 거 사."

"누가 몰라? 좋은 건 비싸잖아. 그렇다고 싼 게 비지떡이면 또 속 쓰리잖아. 그래서 싸고 좋은 걸 찾는 거라고."

남편이 단호하게 말했다.

"싸고 좋은 건 없어."


그 말을 들으며 가끔은 부럽기도 했다. 저렇게 자기감정에 충실하게 소비할 수 있다는 게.


"자기는 나랑 왜 결혼했어?" 내가 물었다.

"아끼고 절제하는 게 매력이었어. 내가 흥청망청 안 쓰게 조절해 줄 것 같았거든."

헉… 동상이몽이 따로 없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나는 예전보다 돈을 좀 쓰는 사람이 되었고, 남편은 어느 정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 서로 손해는 안 본 셈이다.


사실 남편 덕분에 좋은 물건도 쓰고, 좋은 구경도 많이 한건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내 남편 로또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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