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남편이 제사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명절 두 번, 기제사 세 번. 일 년에 다섯 번의 제사가 우리 집으로 왔다.
어머니는 일하는 며느리에게 제사까지 맡겨 너무 미안하다고 하시지만 제사를 없애자고는 안 하신다. 설이 5일 지난 오늘은 시할머니 제사이다. 내가 음식을 하는 건 아니니 그리 힘들건 없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여유도 있는 편이다. 시장 가서 전과 떡을 찾아오고 장을 봐왔다. 그리고 오후에 어머니가 올라오셨다. 제사 준비를 얼추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는 수육을 삶고 재워오신 LA갈비를 꺼내놓으신다.
어머니는 제사를 끊지 못한다. 평생을 해오신 일이다.
수육을 삶고, 갈비를 재고, 상 위를 빈틈없이 채우는 손길.
그건 노동이 아니라 삶의 방식일 것이다.
남편은 어머니를 끊지 못한다.
연로한 어머니 고생하는 게 싫어 본인이 제사를 모시겠다고 했다. 효심과 책임과 자부심이 섞여 있다. 어머니 힘들지 말라고 제사를 가져왔는데 굳이 집에 오셔서 또 음식을 바리바리 싸 온 어머니를 조금 못마땅해한다. 그 역시 어머니가 힘들까 봐이겠지.
나는 갈등 없는 평화를 끊지 못한다.
"그냥 내가 맞추지" 하는 마음을 끊지 못한다. 착한 며느리, 좋은 아내가 되고 싶은 체면을 끊지 못한다.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붙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