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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봐야 안다

독서에 빠져드는 시간

by 슈퍼엄마

한때 마라탕이 유행이었다.

주위에서도 맛있다고 하고 평소 매운맛을 좋아하기에 궁금하기도 했으나 오랫동안 먹어보질 못했다. 외식을 자주 안 하기도 하거니와 아직 아이가 어려 아이 위주의 메뉴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마라탕을 먹을 기회가 생겼다. 처음엔 기대와는 달리 '응? 이게 무슨 맛이지?' 싶었다.

익숙한 맛이 아니라 그런지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러다 마라탕을 좋아하는 친한 동생 덕분에 몇 번을 더 먹을 기회가 생겼다.

"언니 소스는 이 조합이 맛있어!"

"언니가 좋아하는 고기로 골라와 봐~"

동생의 안내에 따라 여러 번 먹다 보니 내게 맞는 맵기 단계도 알게 되고 입에 맞게 소스도 조합해서 먹을 줄 알게 되었다. 들어갈 재료 역시 내 입맛에 맞게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점차 마라탕을 즐겨 먹게 되었고 심지어 남들에게 권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젠 일부러 찾게 될 정도로 마라 맛에 중독되어 버렸다.


독서에 빠져드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중학생 아이들에게 독서수업에 대해 안내할 때 유독 반감을 갖는 아이들이 있다.

하루는 한 학생이 독서수업에 대해 안내하자 대놓고 싫은 티를 내며 "아우~ 책 제일 싫어! 재미없어!"라는 말을 들리게 하는 것이었다.

"00 이는 책 안 좋아하나 봐?"

"네. 책 정말 재미없어요~"

"어떤 책을 읽어봤는데 재미없었어?"

"그냥 싹다요. 다 재미없었어요"

"그래? 이번엔 선생님이 재미있는 책 소개해줄게. 한 번 같이 읽어보자~~"

그래서 이 학생에게 맞을 법한 책을 골라보았다.

평소 독서량이 적은 친구들에게도 중학생이라는 이유로 중학생 권장도서를 추천했다가는 퇴짜 맞기 딱 좋다.

그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이면서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소재로 책을 골랐다.

고민 끝에 활자도 크고 분량도 적으면서 중간중간 재미있는 삽화가 들어가고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를 담은 소설을 골라왔다.

탐탁지 않게 책을 받은 학생은 선생님의 성의를 봐서인지 읽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차 책을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책을 다 읽은 아이에게 소감을 물어봤다.

"음.. 뭐.. 생각보다 읽을만하네요."라고 떨떠름하게 말하더니 이어서 "이런 책 또 있어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럼~ 이것보다 재미있는 책도 많아! 내가 다음 시간에 또 가져올게^^"

그 아이가 책의 맛을 경험해 봤다는 것만으로도 책에 빠져들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울 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첫아이를 키울 때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전집을 큰 맘먹고 샀는데 아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 당시 아이는 한창 기차에 빠져있을 때였다. 본전 생각도 나고 아까웠지만 억지로 읽게 할 수도 없는 법이었다.

그때 전집 중에서도 기차나 자동차와 관련된, 겉표지에 기차가 그려진 책을 모두 뽑았더니 7~8권이 되었다. 그걸 바닥에 쭉 늘어놓고 기찻길을 만들어 "엄마랑 기차놀이하자~~"며 아이를 꾀었다.

신이 난 아이는 책으로 만든 기찻길에 열심히 기차를 달리게 했다. 그러다가 기차 그림의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는지 그걸 펼쳐보기 시작했다.

"엄마 이 책 읽어줘~"

기회가 싶어 한껏 오버하며 재미있게 읽어줬더니 다른 책도 읽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 전집은 본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읽게 되었다.


뭐든 그렇겠지만 특히 책은 처음에 맛을 아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 종류가 가지각색이고 수준도 천자 만별이니 처음엔 자기에게 맞는 책을 고르기도 쉽지 않다. 사람마다 수준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니 남이 재미있다고 한 책이 내게 꼭 재미있으리라는 법도 없다. 그러니 독서의 맛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읽어봐야 한다. 읽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고 그 재미를 경험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고 쌓이다 보면 어느새 책을 즐겨있는 독자가 되어있지 않을까?

내가 마라 맛에 중독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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