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 자청님의 <역행자>도 책이라는 인생 공략집으로 인생이 바뀐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쓴 책에서 독서를 강조하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자기 계발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이 독서인 듯하다.
책을 통해 인생을 바꿔보리라는 기대와 희망으로 공부하듯이 열심히 책을 읽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많이 있다.
내가 책을 쓰고 싶다고 하면 사람들은 주제가 무엇인지를 가장 먼저 묻는다.
크게 보면 역시 책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나 역시 책을 통해 인생이 변화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이 달라졌냐고 물으면 망설이게 된다.
책을 읽고 투자를 시작해서 몇십억 자산가가 된 것도 아니고,
'퇴사'나 '창업'같은 새로운 일을 선택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런 내가 책을 읽고 인생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난 분명히 그렇게 믿고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인생을 살면서 크고 작은 힘든 순간들을 겪었고, 그럴 때마다 책을 읽었다.
10대 때는 주로 소설을 읽었다.
소설을 읽을 때는 지금 내가 처해있는 절망스러운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소설은 내게 현실도피의 수단이기도 했고 가끔은 더 나은 인생을 꿈꾸게 했다. 현실도피든 희망고문이든 분명한 건 그게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20대에는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하고, 나를 가장 사랑해주던 사람이 나를 가장 아프게 아프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사랑은 늘 어설픈 짝사랑으로 끝나버렸다.
사람의 마음이 궁금해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내 마음이 편해지는 데에 성공했다.
내 마음이 편해지니 관계가 편해졌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내 마음에 드는 나로 살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에게 집중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것에서 오는 피로감이 현저하게 줄었고 그게 관계에 도움이 되었다.
아이를 낳고는 육아서를 많이 읽었다.
내가 아이를 키울 자격이 있는지 의심이 들 때마다 그 의심을 지우려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작은 생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고 나는 한없이 부족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읽은 책인데 책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는데 행복한 엄마가 먼저 되기로 했다.
30대 후반에는 돈에 대해 알고 싶었다.
이제껏 누구 하나 돈에 대해서는 대놓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살았는데 살면서 자꾸 부딪히는 돈문제에게 자유롭고 싶었다. 경제, 재테크, 자기 계발과 같은 실용서를 읽으면서 궁금증을 하나씩 해결해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인생의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았다. 책을 읽기 전이나 후나 여전히 기쁘고 즐거운 일과 슬프고 화나는 일이 적당히 반복되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의 태도나 선택은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그 달라진 태도나 선택이 조금씩 좋은 '나'를 만들어 주었다.
"자기를 들여다보는 데 능한 사람은 책 한 권으로도 조금이나마 변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자꾸 자극을 받다 보면 결국 어쩔 수 없이 자기 자신을 솔직히 바라볼 수 있을 거라고 난 믿어요." "그럴까요?" "난 내가 후자의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열심히 책을 읽는 거거든요. 계속 읽다 보면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갈 수 있겠지 하고.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서 휴남동 서점의 주인인 영주가 알바생 민준에게 하는 말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도 영주와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책을 읽으려고 한다.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는 순간은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책을 통해 배운 것을 내 삶에 적용하는 노력은 삶에 대한 애정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자꾸 읽을수록 조금씩 좋아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알아낸 책을 좀 더 즐겁게 읽는 방법, 가까이하는 방법 등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런 생각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책을 통해 인생이 180도 바뀐 사람의 이야기는 확실한 자극과 동기부여가 된다. 그러나 방향키를 1도씩 틀어가는 나의 이야기가 인생이 늘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한 발짝이라도 내딛을 용기를 주지 않을까? 그런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