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이제 사라지나 싶었던 오프라인 서점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민다. 최근에는 유행처럼 동네서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도 했는데 사라지는 속도도 그만큼 빠른 것을 보면 책방 운영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닌 것 같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한다.
클릭 한 번으로 배송까지 해주는 빠르고 편리함, 자주 나눠주는 할인 쿠폰들, 적립금 그리고 굿즈의 유혹까지..
서점에 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나 역시 온라인 서점을 자주 이용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서점에 간다.
인터넷 시대에서 여전히 서점에 가는 이유
인터넷으로는 베스트셀러, md 추천, 서평 등 유명세나 광고 또는 다른 사람의 추천에 기대어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점에서는 그 순간 내 느낌과 판단만으로 책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제목도 작가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그런 책인데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어쩐지 마음이 동하여 책을 잡는다. 그리고 몇 장 읽어보고는 온통 마음을 빼앗겨 그대로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마치 첫눈에 반한 상대에게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보는 것처럼 책에도 의미를 부여해 본다.
이 서점에 오지 않았다면 사지 않았을 아니, 평생 몰랐을 그런 책을 발견하는 것은 보물 찾기를 한 기분이 든다.
유명하지 않은 그 책이 읽어보니 너무 좋았을 경우, '나만 아는 맛집'이라도 발견한 듯한 자부심마저 든다.
특히 동네책방에서 그런 보물을 만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동네서점은 그 규모상 많은 책을 들일 수 없기 때문에 서점주인은 책을 들일 때 더욱 고심하고 신중해진다. 그래서 '베스트셀러는 들이지 않는다' 라든가 '주인이 읽어본 책만 판다'처럼 주인만의 소신을 담아 책을 선정하기도 한다.
동네 서점에서는 책의 진열방식도 눈에 띈다. 책을 선별하고 진열하는 방식을 통해 이 책방 주인의 개성과 취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것이 나와 잘 맞는 경우 더욱 신이 나서 구경하게 된다. 책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주인이 코멘트해놓은 메모들을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서울에 갔다가 '최인아 책방'에 방문했을 때 서점 주인뿐 아니라 그들 지인들의 책 추천 코멘트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특이하고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열대마다 '고민이 깊어지는 마흔에게,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인 그대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까?' 등 센스 있는 책추천 네이밍도 맘에 들었다.
제주도에서 꽃서점 '디어마이블루'를 운영하는 주인은 그의 책 <꽃서점 1일 차입니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적은 양의 책이지만 일일이 손님 한 분, 한 분과 소통하며 책을 설명해 주고 추천해 주고 심지어 읽을 공간과 포장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이런 모든 과정은, 독자가 진열된 책 중 하나를 골라서 계산하거나 소통 없이 클릭 몇 번으로 구매하는 단순한 형태와 근본적으로 다른 경험이다. "
결국 나도 '책'만 사는 것이 아니라 '책을 사는 경험'을 사기 위해 편리함을 뒤로하고 여전히 서점에 가는 것은 아닐까?
방학을 하면 꼭 하는 일 중에 하나는 '혼자 서점가기'이다. 최근에 우리 지역에도 동네서점이 몇 개 생겼던데 책과 함께 어떤 경험을 사게 될지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