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립니다.

by 슈퍼엄마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길 바라셨던 부모님의 기대와는 달리 글을 쓰고 싶었던 고등학생 시절, 문예창작과를 지원하고 싶었지만 부모님과 적절히 타협하여 국문과를 지원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국문과를 졸업하면 국어교사가 될 수 있다고 믿셨다.


그러나 국문과에 진학하고도 내가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방송작가를 시켜준다는 선배의 말에 부모님 몰래 휴학하고 짐을 싸들고 서울에 올라갔지만 다단계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사람에 대한 배신과 분노로 힘들어했다.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불안함 속에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 선택은 회피 또는 유예나 다름없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생계를 위해 학원강사와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학원강사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늘 내게 반갑게 인사하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거리는 중학생들도 귀여웠고 고마웠다. 누군가에게 환대받는 기분이 너무 오랜만이었다.

처음엔 경험이 없어 주 3일 아르바이트처럼 시작했는데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고 원장님의 신임을 맡기 시작하면서 전임강사로 일을 하게 되었다. 조금 욕심이 생기면서 더 큰 학원으로 옮겨가고 입시학원에서 수능 국어 강사로 일을 하게 되었다.


입시학원이었기에 문제풀이를 주로 했는데 문학 지문에서 좋아하는 작품을 만날 때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면 아이들은 생기 잃은 눈빛으로 말했다.

"책 읽을 시간이 어딨어요.. 잘 시간도 없는데.."

그러면서 뒷 이야기나 줄거리 궁금하다며 들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도를 나가야 했고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학원강사에게 그런 시간들은 사치였다. 그럴 때마다 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로 아이들 흥미를 유발하면서 문제풀이를 이어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즐겁고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욕심이 생겼다.

함께 책을 읽고 싶고 글도 쓰고 ..내가 원하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교사'를 꿈꾸게 되었다.

그때 내 나이가 27살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젊디 젊은 나이였지만 그때 주변에서는 걱정과 우려의 시선이 컸다.

"요즘 공무원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데.. 경쟁률이 만만치 않대"

"나이도 있는데 돈 더 벌어서 결혼하는 게 어때?

"이제 와서 공부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어?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그때 내 친구들은 직장생활 n년차에 돈을 벌고, 결혼을 준비하는 등 삶의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첫 번째 꿈은 접었지만 두 번째 꿈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시험에 도전하게 되었다.


날씨 좋은 날 친구들은 남자 친구와 데이트도 하고 돈을 벌어 취미생활도 하는데 나는 어두컴컴한 독서실에 처박혀 공부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자꾸 남들과 비교하면서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많아졌다.

가끔씩 '과연 내가 붙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로 막막한 미래를 불안해했다.

공부에만 집중해도 붙을까 말까 한데 생계를 위해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면서 쓸데없는 일들에 마음을 쓰느라 낭비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공부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는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공부라는 게 열심히 한다고 바로 성과가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오직 시험에서 평가받는데 시험에서 떨어지면 나는 노력하지 않은 것이 되고 만다.


서른 살 안에는 붙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 시험에서 3번째 불합격을 했을 때 내 나이는 이미 서른이었다.

다시 시작할 힘도 나질 않았다.

이젠 꿈만 좇기에는 앞날이 너무 캄캄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아무생각도 하기 싫을 땐 손에 잡히는 책을 읽었다.


이때는 막노동꾼 출신으로 서울대에 합격해 이슈가 되었던 장승수 님의 <공부가 가장 쉬었어요>, 고승덕 변호사의 <꿈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 같은 책을 주로 읽었다.

참 신기하게도 세상은 나에게 안된다고 말하는데 책에서는 언제나 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포기하기가 더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책은 자꾸 나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걸게 만들었다.

이 시기에 <시크릿>류의 책도 정말 많이 읽었다.

사실 그전까지는 '아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하며 불합격을 염두하고 공부를 했다.

그러나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그리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공부를 했다.

지금까지 시험에서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까지는 실패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그것들이 다 내 안에 쌓여있다고 믿으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도전해보자!라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해에 거짓말처럼 합격을 하게 되었다.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교사가 된 지 10년 차가 되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마주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교사가 된 걸 후회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보다 잘할 수 있는 일도 찾지 못했다.

선배를 따라 다단계 회사에 갔던 일을 떠올려본다.

그땐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나 싶고, 정말 절망스러웠는데 그 절망의 끝에는 새로운 희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반드시 다른 쪽 문이 열리기 마련이다. 사실 그땐 돈도 너무 필요해서 '다단계일을 잠깐 해볼까? 하다가 아니다 싶음 그때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

학원강사를 할 때에도 거기서 만족했으면 3년 동안 대학원 공부를 하고 또 몇 년 동안 힘든 시험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나는 선택의 순간마다 '현재'를 보기보다 '미래'를 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살고 싶은 삶, 꿈꾸는 삶. 그곳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현재와 타협하기보다 도전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늘 그 선택을 지지해주는 책을 만날 수 있었다.


미래는 알 수 없기에 불안하다. 그러나 그때마다 책을 통해 먼저 그 길을 가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들은 나의 불안을 잠재워줬고 나를 응원해줬다.


살면서 매번 옳은 결정과 선택을 할 수는 없지만 그때마다 큰 그림을 그려보려고 한다. 지금 당장 내 앞의 문은 닫혀있으나 인생이라는 큰 그림에서는 다른 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그리고 방법을 모르겠거나 마음이 불안하다면 나를 잡아줄 책이 있으니까.

이것이 내가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