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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Jan 02. 2023

글쓰기 모임에 나가다.

글을 쓰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안 써본 지가 워낙 오래되었고, 사실 무슨 글을 쓰고 싶은 건지도 잘 모르겠어서 일단 글쓰기 관련 책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글쓰기 관련 책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일단 써라"라고 했지만 좀처럼 실행으로 옮겨지지가 않았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과 실제 글을 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임을 알았다.

아무튼 그렇게 마음 한편에 무거운 짐을 진 채 '글이 써질' 날을 기다리며 지내다가 글쓰기 모임을 알아보기로 했다. 모임이라는 시스템에 날 가두면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에서 내가 사는 지역의 독립서점에서 글쓰기 모임 공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독립서점? 일반 서점이랑 뭐가 다르지?'

찾아보니 독립서점은 대규모 자본이나 큰 유통망에 의지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진 작은 서점이라고 한다. 판매되는 책도 일반 서점에서 유통되지 않는 소규모 출판사의 독립서적을 취급한다고 했다. 뮤지션으로 치면 일종의 인디밴드 같은 것이다.

호기심이 생겨서 일단 서점에 가보기로 했다.

서점이라고 하기엔 원룸 크기 만한 아주 작은 공간이었다.

작고 아담한 곳에 지금까지 보던 책들과는 모양도 내용도 다른 개성 넘치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귀여운 소품들과 친절한 사장님까지..

'아. 여기 완전 내 취향이다. '

그렇게 들어선 지 몇 분만에 마음을 쏙 빼앗겼다.


"저 글쓰기 모임이 있다고 해서 문의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모임 첫날, 사장님과 나, 단 둘 뿐이었다.

사장님은 미혼의 20대 젊은 여성분이셨다. 우리는 글쓰기 소재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전까지 내가 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라고는 아이엄마 또는 교사 아니면 중학생이었기 때문에 20대 젊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매우 신선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사장님은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때 내 느낌을 말해보도록 했다.

느끼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지만 느낌을 말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드물다. 그것도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토록 솔직하게 나의 감정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두서없이 늘어놓은 말을 글로 정리하려고 하니 내 마음을 좀 더  찬찬히 살피게 되었다.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 듯이 조심스럽게 내 마음을 써 내려갔다.

처음에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주저했는데 막상 쓰다 보니 글이 술술 써졌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더니 사장님의 칭찬에 신이 나서 그랬나 보다.

엄마가 되고, 교사로 살면서 누군가에게 칭찬받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칭찬을 받으니 어린아이마냥 기분이 좋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역할을 다 내려놓고 그냥 '나' 자체로 인정받는 기분이랄까?


글쓰기 모임이 끝난 후에는 사장님과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었다.

사장님은 책을 쓰고 싶었는데 책을 내준다는 출판사를 찾기 어려워 직접 책을 출판도 하시고 이렇게 독립서점도 창업하게 되었다고 했다.

사장님을 통해 1인출판, 독립출판 등 전혀 모르던 세계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전에 왔을 때도 그렇고 오늘도 손님이라고는 나 혼자 뿐이라.. 걱정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운영이 잘 되는지를 여쭸다.

"안 그래도 사람들이 호기심에 와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가는 게 대부분이에요.

아직까지 독립출판물에 대해 많이 생소해하시죠.. 그래서 이렇게 글쓰기모임, 독서모임, 필사모임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젊은 나이에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모습이 멋있게만 느껴졌다.


2시간이 금세 지나갔고 기분이 좋아 책을 2권 사고 책갈피도 하나 샀다. 무려 만오천 원짜리의 고래 모형이 달린 책갈피였다.

"고래가 행운을 가져다준대요^^"

그날 산 독립서적

앞으로  행운이 자주 찾아올 것만 같았는데, 그 한 번을 끝으로 모임에 나가지 못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글쓰기 모임이 중단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복직을 하게 되었고 어렵게 시작한 글쓰기를 멈추고 다시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날 느낀 기분은 오래도록 잊지 못했다.

그 기분을 떠올리면 언제든 다시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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