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퍼엄마 Jan 04. 2023

글쓰기 모임에 나가다 2

그렇게 단 한 번으로 끝난 글쓰기 모임의 아쉬움은 복직을 하고도 내내 남아있었다.

다 꺼지지 못한 작은 불씨 하나가 언제든 타오르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내 마음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복직을 하고 한동안은 정신이 없었지만 이내 적응을 하였고, 코로나도 조금은 잠잠해졌다.

다시 글쓰기 모임 공지글을 접하고 남편의 협조로 퇴근 후 하는 글쓰기 모임에 신청을 했다.

이번에는 서점 사장님과 나, 그리고 두 명의 회원이 더해져 총 4명이 함께 했다.

한 명은 20대의 풋풋한 사회 초년생이었고, 다른 한 명은 미혼이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였다.

나는 이 조합이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

20대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모임도 많았지만 아이를 키우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만나게 되었다. 아이엄마, 그리고 교사. 우리의 일과는 늘 비슷했고, 그래서 하는 말들도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글쓰기 모임에서는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목요일 저녁 7시.

이 하루를 위해 일주일을 기다린 적도 있다고 할 만큼 모임은 내게 힐링 그 자체였다.

글쓰기 모임에서는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거나 문장을 교정해주지 않았다.

그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던져주면 쓰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쓴다. 정말 아무 글이나 막 쓴다.

덕분에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졌고 내 안에 이렇게 많은 생각들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면서 나도 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이제껏 내가 살아온 것과는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글쓰기 수업은 여행하고 참 비슷해요. 서로 호기심을 갖고 깊은 대화 나누고 좋은 자극받으세요. 내 안에 수다가 많으면 글쓰기에 유리하거든요.

그렇게 나는 매주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고 그 시간들은 내 지친 일상을 위로하고 나를 돌아보게 해 주었다.

우리는 각자 글을 쓴 뒤에 서로가 쓴 글을 돌려 읽었는데 처음엔 낯선 사람들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준다는 것이 무척 부끄러웠다. 발가벗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어떤 판단도 조언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아래 공감과 응원의 코멘트를 달아주었다. 그래서인지 글쓰기 모임은 항상 따뜻하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진심이 담긴 솔직한 서로의 글을 읽으면서  사람과 매우 가까워짐을 느끼곤 했다.


하루는 '공감'이라는 주제로 사랑에 대해, 인생에 대해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나만 결혼을 해서 그런지 미혼인 세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랑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온도차가 너무 커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것 나름대로도 너무 재미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해 수용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커지는 기분이었다.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마지막 모임날이 되었다. 그날은 모임에 가기도 전부터 아쉬웠다.  

지금까지는 재미있고 가벼운 주제로 글을 써봤는데 오늘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내 삶에 만족하는지' 등을 주제로 제법 진지하게 나를 성찰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처음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어려웠다.

그러나 나는 솔직하게 나에 대한 이야기, 고민들을 써 내려갔고  글을 쓰는 동안 엉켜있던 실타래가 풀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나 혼자만 하는 고민이 아니구나. 나이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르지만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다들 비슷하게 살아가는구나.' 하면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날도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마지막날이라고 서점 사장님이 선물도 주셨다. 감성이 묻어나는 아기자기한 펜과 노트와 다양한 문구들 손편지까지.. 진짜 감동이었다. 이번 모임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그동안 망설이기만 했던 글쓰기에 대해 첫 발을 내딛는 용기를 얻었고, 글쓰기 모임 이후 블로그를 시작했고 벌서 2년째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이후에도 브런치 작가에도 도전하고, 책을 내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불러운 태풍처럼, 작은 독립서점에서의 글쓰기 모임으로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 모임에 나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