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우리도 잘 쓸 수 있습니다(박솔미)를 읽고..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줌미팅 시간에는 글쓰기 질문이나 고민들 함께 나누고 내가 미니 강의를 준비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글쓰기 관련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은 <글, 우리도 잘 쓸 수 있습니다>이다. 뭔가 용기를 주는 제목인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제일기획, 애플 등의 큰 회사의 카피라이터에다 우리가 알 법한 유명한 카피들을 만든 분이라니.. 애초에 나랑은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에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사람이 말하는 글쓰기 방법이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와닿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방법들 - 어떻게 해야 독자의 마음에 와닿을지, 어떻게 쓰면 좀 더 글이 매력적일 수 있는지- 은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멤버 중 한 분은 이 책에서 소개한 말꼬리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사용해 글을 써봤더니 확실히 나아진 것 같아 스스로 만족스러웠다고 했고, 이모티콘을 너무 남발하고 군더더기를 많이 붙이던 분은 글을 깔끔하고 단정하게 쓰려고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고 했다. 글쓰기 관련 책을 처음 읽는 분은 글쓰기 책이라고 하니 이론적인 내용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작가의 경험과 예시 글이 많아 에세이 읽듯이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글은 보내주는 것이지 보내버리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부분이 좋았다는 분들이 많았다. 저자가 싱가포르 살 때 집안일을 돕던 가사도우미에게 버리듯이 글을 보내고 후회한 글을 소개하는 일화였는데 다들 공감한다고 했다. 새벽 두 시에 블로그에 쓴 글을 다음날 아침에 이불킥을 하면서 지워버린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감정에 휩싸여서 쓴 글은 위험하다. 나는 예전에 부부 싸움을 하고 나면 풀리지 않은 화를 카톡 메시지에 담아서 남편에게 버리듯 보내버린, 그리고 후회했던 경험이 생각나기도 했다. 글을 쓰고 후련한 마음이 들기는커녕 나와 상대방의 마음 모두를 파괴하는 그런 글을 다신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글은 보내주는 것이지 보내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걸요. 세상 어디에도 나의 쓰레기통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글도 파괴력을 갖고 태어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생명력을 갖고 싶어 해요. 가뜩이나 사건사고가 많은 세상, 글 때문에 누구도 다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글을 쓸 때 유난히 자신감이 없어했던 분은 '내 글에 대한 믿음을 갖고 툭 시작해 버립시다'라는 말이 와닿는다고 했다. 이 분은 처음 글쓰기 모임을 할 때만 해도 에버노트에 글을 써서 우리 멤버들에게만 공유했는데 몇 달째 모임을 함께하고 있는 지금은 블로그에 전체 공개로 글을 쓰신다. 글이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나라고 자신감이 있어서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글쓰기 실력이 들통나 버릴까 봐 주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글쓰기가 내게 힘이 된다는 믿음, 쓰다 보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이 정도면 대충 말 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때, 거기에서 딱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됩니다. '이거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 맞아?'라는 질문에 스스로 솔직한 답을 내놓을수록 더 정확하고 예리한 글이 나옵니다.
난 이 부분에 힘주어 밑줄을 그었다.
글을 쓰다 보면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손을 떼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더 좋은 표현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을 때, 원래 쓰려던 말과는 다르게 글이 전개될 때 주로 그렇다. 결국 글은 의사소통의 도구이다. 상대방에게 어떤 마음을, 어떤 생각을 전달하고 싶은지 잘 들여다보고, 좀 더 솔직해져 보기로 했다.
매일 글을 쓰는 분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니 글쓰기를 하면서 마주하는 어려움이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뭐 대단하고 거창한 일을 한다기보다 하루,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나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나를 돌보는 일이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글을 써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