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진로 희망을 조사해 생활기록부에 적게 되어있습니다.
진로 희망을 적어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없으면 어떻게 해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진로 탐색 중임"이라고 적으면 돼~"라고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말하는 '없다'라는 말에는 내가 아직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는 의미도 있고, 너무 많아 한 가지만 고르기 어렵다는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간혹 다른 친구들의 진로 희망을 곁눈질로 훔쳐보며, 아무것도 적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불안을 느끼는 아이도 있습니다.
"중학교 때 진로를 정하는 사람은 흔치 않아. 정한다 하더라도 그대로 되는 사람은 거의 없을걸? 중학생은 진로를 결정하는 시기가 아니라 진로를 탐색하는 시기야. 그러니 올 한 해도 우리 열심히 진로를 탐색해 보자~~"
진로탐색은 학창 시절에만 하는 줄 알았는데 마흔이 넘은 지금도 전 여전히 진로탐색 중입니다.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종종 '글쓰기'를 통해 해결되기도 합니다.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하느라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문득 '잘살고 있는 걸까?' 하는 공허함이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배부른 고민이라고 말할 것만 같아 함부로 입밖에는 내지 못했지만 제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이었습니다. '다들 그러고 사는 거지 뭐'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덮어두고 지낸 날도 많았는데 언젠가부터는 회피하지 말고 제대로 바라보기로 용기를 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그전에도 글을 전혀 쓰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싸이월드에도 카카오스토리에도 인스타그램에도.. 전 늘 무언가를 썼더라고요.
그러다 2년 전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면서 좀 더 긴 글에 제 생각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서 브런치에도 글을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마냥 신나서 열심히 썼어요. 누군가의 좋아요, 댓글 하나에도 신이 났습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였을까요?
조회수나 댓글이 많은 글을 보면 부러워지고, 잘 쓴 글을 볼 때면 질투도 났습니다.
그때부턴 글쓰기가 싫어졌습니다.
내 부족한 실력을 들키는 것만 같았어요.
누가 글을 쓰라고 시킨 적도 없는데, 더구나 잘 써야 한다고 강요한 적도 없는데 말이죠..
언젠가 조회수나 댓글 등에 집착하고 점점 자신이 없어져서 글쓰기를 소홀히 하는 저를 보면서 처음 글을 왜 쓰고 싶었는지 그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 마음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