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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Apr 04. 2023

스스로 묻고 답하다.

나에게 묻다.

워킹맘이다 보니 해야 할 일의 많은 부분을 아이들이 '자고 난 후'로 미뤄두는 일이 많았다.

아이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치우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와중에도 아이들이 자고 나면 할 일에 대해 생각을 한다. 그렇게 기다렸던 육퇴를 하고 나면 '내 시간'이 생기는 게 좋았다. 그 시간에 읽는 책은 유난히 더 재밌고 그 시간에 하는 운동을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다 피곤을 이기지 못해 같이 잠이 드는 날이 늘어났다. 책과 운동보다는 핸드폰이나 맥주를 손에 쥐는 날도 많아졌다. 그러나 한 번 맛본 나만의 시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시 새로운 시간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아낸 시간은 '새벽'이었다. 아이들이 깨기 전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갖는 고요한 시간이 좋았다. 그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오직 나만을 위해 쓰는 그 시간이 소중했다.

일기 역시 밤에 쓰는 일기에서 아침에 쓰는 일기로 바뀌었다. 밤에 쓰는 일기는 후회와 자책의 내용이 많았으나 아침에 쓰는 일기는 기대와 다짐으로 채워졌다. 그렇게 새벽기상을 시작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올해 3월이 되면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졌다. 새학기라 피곤하고 힘들어서 그래.. 라며 위안을 삼았다. 그렇다고 새벽에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월수금은 새벽 6시에 수영을 갔다 출근을 하고 수영 가지 않는 날도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그러나 하기 싫어서 버틸 때까지 버티며 이불속에서 사투를 벌이다 정말 마지못해 일어난다.

하고 싶어 한다기보다 그냥 해왔으니까, 하기로 했으니까 하는 기분이다.

수영을 하면서도 너무 힘들다. 시계를 바라보는 횟수가 늘어난다. 매일 수영장에 출근도장을 찍지만.. 여전히 적당히 하고 있다.

책에도 영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한 권을 읽고 있으면 '아 맞다. 저 책도 읽어야 하는데' 라며 다른 책을 기웃거린다. 읽어야 할 책이 많아지니 의무감으로 읽는 듯한 기분도 든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책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매일 쓰기로 했으니까 쓰긴 하지만, 그렇게 쓴 글이 마음이 들 리가 없다.

그러니 새벽에 눈을 떠도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워있고 싶은 생각뿐이다.

습관이 관성이 되어버린 것일까?

마음의 문제일까 몸의 문제일까?

관성에 갇혀서 즐거움을 못 느끼는 것인지, 몸이 피곤해서 귀찮음과 짜증이 마음을 지배한 것인지

이럴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어야 하는 것인지, 그래도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

오늘은 새벽 수영을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 더 누워있을까 하다가 몸을 일으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제목에 '고민'이라고 적고 글을 썼다.


나에게 답하다.

4월이 되었다. 중간고사가 다가오자 아이들이 슬슬 시험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공부가 하기 싫다'며 고민 상담을 청해 온다. 그런데 아이들과 찬찬히 대화를 하다 보면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은 둘 중에 하나다.

공부가 정말 재미없고 하기 싫은 경우와 잘하고 싶은데 잘 안돼서 하기 싫은 경우.

후자라면 답을 알고 있다.

그래도 해야 한다는 것.

"대신 지금까지 해온 방법에서 살짝 변화를 주면 어떨까? 아니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목표를 한 번 세워볼까?"


그러다 오늘 아침에 쓴 나의 고민이 생각났다.

나는 수영도, 글쓰기도 정말 하기 싫어졌을까??


수영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 커지는데 실력은 늘 제자리인 것 같아 의기소침해졌다. 나름 운동신경 있다고 자부하는데 왜 이렇게 안되지? 답답한 마음에 (수영 좀 한다는) 남편에 털어놓으니 '연습부족'이라는 냉정한 평가만 되돌아왔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요즘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는다. 써놓고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펼쳐든 글쓰기 책에서는 잘 쓰기 위해서는 자주 써야 한다는데 마음에 안 드는 글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결국 '하기 싫다'는 나의 말은 '잘하고 싶다'의 다른 표현임을 알게 되었다.

그냥 하기 싫다고 뭉뚱그려놓았던 나의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하나씩 글로 풀어내다, 아이들에게 해주는 나의 대답에서 힌트를 발견한 것이다.

이럴 땐 글을 쓴다는 것이 나를 돌보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바쁜 일상 중에도 넌 요즘 고민이 뭐니? 어떤 기분이 드니? 물어봐주는 것, 대답을 하나씩 글로 풀어보는 것. 그렇게 내 마음을 알아주다보면 다시 기운을 내고 힘을 얻게 된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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