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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May 05. 2023

나 어릴 적 꿈

나는 어린 시절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은 그야말로 '꿈꾸는 소녀'였다. 어린 시절 할머니는 집에 손님이 놀러 오시면 나와 동생을 불러내어 "노래 한 곡 해볼래?", ' 춤 한 번 춰봐~ "라면 손주들의 장기를 뽐내고 싶어 하셨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 등 뒤로 숨는 동생과는 달리 나는 그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춰서 할머니들의 꼬깃꼬깃한 쌈짓돈을 털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야영을 가서 장기자랑을 선보인 내게 친구들은 '음치', '몸치'라고 했다. 다행히도 그 뜻을 몰라서 야영은 무사히 마쳤는데 집에 돌아와 엄마를 통해 그 뜻을 알게 되고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었버렸다.

운동선수 출신이셨던 아버지는 어릴 적 나와 남동생에게 운동을 가르치셨다. 동생은 아버지를 닮아 신체조건과 운동 신경이 뛰어났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엄마는 아들은 운동을, 딸은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일찍이 교육의 방향을 정하셨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썩 잘하지도 못하여서 엄마의 기대는 일찌감치 물거품이 되었다.

난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아 뭐든 배우고 싶어 했다. 미술도 피아노도 컴퓨터도 사물놀이도..

그러나 함께 배우는 친구들의 실력이 저만치 앞서가는데도 나는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럼 곧 흥미를 잃아버리고 다른  일에 가웃 거리곤 했다.


그렇다.

꿈은 많았지만 신은 내게 그 마음만 허락하시고 재능은 허락하지 않으셨다. 뭐 하나 잘하는 것 없는 평범한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이었다.  방학 숙제로 써온 일기장을 제출했는데 선생님께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00 이가 쓴 일기 선생님이 몇 개만 반친구들에게 읽어주면 안 될까?"

"제 일기를요??'

일기를 공개적으로 읽어준다니 너무 놀랐지만 '잘 써서'그랗다는 선생님 말씀에 내심 기분이 좋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선생님은 친구들 앞에서 내 일기를 몇 개 읽으셨다. 마치 일기는 이렇게 쓰는 거라는 듯이, 너무 잘 썼다는 칭찬도 잊지. 않으셨다.

그날 처음으로 나도 잘하는 게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는 문예반에 들어가 선생님과 시도 쓰고 독후감도 썼다. 그때 쓴 시가 상을 받아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내내 줄곧 독후감 대회, 글짓기 대회에 나갔고 상을 타는 일도 많아졌다.

나는 글 쓰는 일에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창 소설에 빠져있던 중학생 때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가을동화'의 송승헌과  '피아노'의 조인성에게 빠져있던 고등학생 때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다.

고3 때는 공부하면서 라디오를 즐겨 들었는데 그땐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었다.

뭘 좋아하던 결국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고3 원서 쓰는 날,

담임 선생님께 문예창작과에 가고 싶다고 했다.

"문예창작과? 거기 가서 뭐 하려고??"

"저... 작가 하려고요?"

"작가? 야 인마, 작가는 아무나 하냐? 독후감 써서 상 좀 받더니 바람이 잔뜩 들었네. 작가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멋진 직업이 아니야. 얼마나 배고픈 직업인 줄 아냐? 너네 집 형편도 어려운데 부모님 생각도 해야지, 교대나 사대 가라. 내가 보기엔 넌 아주 선생님이 딱이다!"

(그땐 그분을 정말 증오했었는데... 지금 보니 선견지명 있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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