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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바닐라라떼 Sep 27. 2020

바로 지울 수 없어서,

네가 좋아


차가움보다는 따뜻함이 어울리는 너는, 필름카메라



차가운 사람보다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나는, 너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2019년 3월, 대만으로 여행 갈 때 챙겨간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담아온 그날의 풍경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다가 툭


택시를 잡아타는 친구들 뒷모습을 기억하고 싶어 툭.


풍등 날아가는 모습을 보다가 툭



찍을 땐, 큰 정성을 들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진을 인화하고 받아 보니 여행의 순간들이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인화한 사진들 중에는 스마트폰으로 찍었다면

그 자리에서 지웠을 사진들도 많다.


그 자리에서 이 사진들을 지울 수 없어서

참 다행이었어.


'사진 찍어줄게, 여기 봐봐'


거리에 서서 웃던 그날의 향이 기억나.

대만에선 보기 드물게 화창하고 따뜻했던 날,



우육면을 배불리 먹고 소화시킬 겸 걸었던

골목이 너무 예뻐서 한걸음 한걸음 사진에 담기

바빴던 순간들.





내가 무슨 장면을 찍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없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서

바로 지울 수 없어서,


그 순간 어리석은 나를 잠재울 수 있어서


후에 넌 따뜻함으로 다가오는 걸까?



나와 그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에게도

따뜻함을 선물해줄 수 있어서


너를 들고

여행을 떠난 게


참 다행이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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