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
차가움보다는 따뜻함이 어울리는 너는, 필름카메라
차가운 사람보다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나는, 너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2019년 3월, 대만으로 여행 갈 때 챙겨간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담아온 그날의 풍경들
찍을 땐, 큰 정성을 들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진을 인화하고 받아 보니 여행의 순간들이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인화한 사진들 중에는 스마트폰으로 찍었다면
그 자리에서 지웠을 사진들도 많다.
그 자리에서 이 사진들을 지울 수 없어서
참 다행이었어.
'사진 찍어줄게, 여기 봐봐'
거리에 서서 웃던 그날의 향이 기억나.
대만에선 보기 드물게 화창하고 따뜻했던 날,
우육면을 배불리 먹고 소화시킬 겸 걸었던
골목이 너무 예뻐서 한걸음 한걸음 사진에 담기
바빴던 순간들.
내가 무슨 장면을 찍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없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서
바로 지울 수 없어서,
그 순간 어리석은 나를 잠재울 수 있어서
후에 넌 따뜻함으로 다가오는 걸까?
나와 그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에게도
따뜻함을 선물해줄 수 있어서
너를 들고
여행을 떠난 게
참 다행이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