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추리알 장조림을 만들었다. 엄마는 보통 소고기장조림을 해주었지만, 나는 지금 엄마처럼 소고기를 살 여유가 없다. 그러니 메추리알 장조림에 다진 소고기를 조금 넣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진 소고기를 넣는 레시피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한 블로거를 발견하여 책과 함께 병행해서 참고하여 만들었다.
난 우리 엄마의 요리를 가장 좋아한다. 뇨끼, 피자, 초밥과 같은 메뉴가 아니고선 엄마의 요리를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독립하고 처음 반찬을 만들 때에도, 그 이후에 요리책을 산 뒤에도 난 새로운 요리를 할 때면 엄마한테 전화를 하곤 했다. '엄마, 이거 엄마가 한거랑 조금 다른 방식 같은데 엄마는 어떻게 한거예요?'
엄마는 뭔가 조잘조잘 설명하는걸 좋아하시지 않는다. 옛날에도 여러번 물어봤었다. 이 요리는 어떻게 한건지, 저 요리는 어떻게 한건지 알려달라고. 그럴때마다 엄마는 이미 몸에 밴 요리 과정을 떠올리며 설명하는 것에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더 소모된다고 했다. 그래서 한 번 설명하고나면 피곤하다고 하시며 그냥 잘 하면 되는거라고 하시곤했다. 그런데 이제는 엄마와 떨어져 살면서 엄마가 해주신 반찬을 만들려고 하는게 안쓰러웠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시고 부족한 부분은 메세지로 남겨주시기도 하였다. 아, 물론 대충 알려주신 부분도 꽤 많다. 한 번은 애호박전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봤는데, '물이랑 중력분을 대강 섞으면 돼'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엄마. 대강이라고 하면 난 몰라... 참고할 비율이라도 없어요?'라고 물어보니 '그런거 없어. 그냥 섞어보면 대충 감 올거야. 모르겠으면 나중에 엄마가 하는거 봐봐'라고 하셨다. 그리고 아직까지 보여주시지 않았다. 아니, 양파호박전이랑 부추전의 비율은 정확하게 알려주셨으면서 왜 가장 많이 해주셨던 애호박전의 반죽 비율은 모르시는건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뭔가를 만드는 일은 즐겁다. 그래서 바느질로 이것저것 만들기도 하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필통도 직접 만든 필통이다- 한 때는 학교 캐릭터 굿즈를 만들겠다고 일러스트레이터를 독학하기도 하고 베이킹으로 쿠키를 만드는가 하면 초콜릿 커버춰를 사다가 템퍼링하기도 하였다. 물론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전문가가 하는 것에는 비교도 안되겠지만 그냥 내가 먹고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기에는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무언가를 만드는 욕구가 이제는 반찬만들기를 통해 해소되는 중이다. 문제는 해소하고 난 다음에 쌓인 설거지로 스트레스가 같이 쌓인다는거다. 심지어 설거지를 하고 나면 날개뼈 사이의 등근육에 굉장한 통증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설거지는 짝꿍이 한다. 본인이 설거지가 재밌다고도 하고 내가 요리를 했으니 뒷처리는 자신이 하겠다는거다. 그래서 보통은 설거지거리를 남겨두는데, 설거지통에 내가 필요한 그릇이 있다면 마냥 기다릴 수는 없잖아. 그럴 때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뭐랄까. 당장은 재밌다. 거품이 여기저기 묻는 모습이 거품놀이 하는 것 같고 그걸 깨끗한 물로 씻어내면 뽀득뽀득해지는 소리도 너무 좋다. 하지만 그러고나서 바로 그릇을 사용하고, 그 그릇이 다시 설거지통으로 들어가는 순간. 허무함이 밀려오면서 괜히 울적해지곤 한다.
오늘은 메추리알 장조림을 만들기 전에 설거지를 한 차례 했다. 그리고 지금 새로 생긴 설거지거리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중이다. 저걸 설거지하고 저녁을 먹을까. 아님 다른 그릇에 저녁을 먹고 이따 짝꿍에게 해달라고 할까. 마음이 착한 나는 내가 해야겠다 생각할 것이다. 그냥 다른 그릇에 저녁을 먹고 내가 설거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을 것이다. 하지만 미루기를 좋아하는 나는 아마 짝꿍이 집에 오면 그제야 아차 설거지하고 고무장갑을 손에 들겠지? 그리고 짝꿍은 쓰레기를 버리고 와서 본인이 하겠다고 가만히 있을거야. 그러면 나는 고마워라고 할까 아니면 얼마없으니 내가 해놓을게라고 할까? 이건 그 시간의 나만이 알 수 있다. 왜냐면 내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이지. 오늘은 아마 내가 한다고 하지 않을까....?
으아. 그 전에 저녁을 좀 챙겨먹어야 하는데 너무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