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조림

by 오오리

토란은 추석에만 반짝하고 나오기 때문에 엄마는 항상 추석 즈음에 혹은 추석 직후에 토란 조림을 해주곤 하셨다. 이제는 진공포장된 토란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하지만 그러한 편리함이 무색하게 나는 아직도 추석즈음에만 토란을 사먹곤 한다. 결혼 후 첫 해에 피토란을 구매하여 손은 까매지고 부르트는 등 고생하고나서 깐토란의 존재를 알게되었다. 아니 엄마는 매년 이걸 어떻게 한거야? 물어보니 그걸 왜 사, 깐토란 팔아라고 말씀주시던 엄마. 아니 엄마, 그런건 좀 레시피 알려줄 때 같이 알려주면 좋았잖아.


시장보다는 대형마트를 선호하기에 보통은 시장을 잘 가지 않지만, 집 앞의 마트에는 항상 피토란만 들어오기에 추석즈음에는 시장을 갔다. 그렇게 매년 시장에서 깐토란을 사오다가 올해는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주문을 하였다. 추석 끼고 여행을 다녀오면서 토란 구매시기를 놓친 것이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 시장을 갔다면 사올 수 있었겠지만, 여독이 남아있는 상태로 출근도 하다보니 토란은 어찌저찌 사온다쳐도 도저히 토란조림을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미룰 수밖에 없었다.


토란을 한 번 헹구어주고 갈변이 심하게 된 곳을 다듬어준다. 다진 소고기는 키친타올로 꾹꾹 눌러서 핏물을 조금 제거해준다. 냄비에 몽땅 넣고 물과 간장 그리고 설탕을 넣어 조리면 완성이다. 재료만 갖춰지면 만드는 데 특별할게 없지만, 나에겐 특별한 음식이 된다. 추석 즈음에 먹는 반찬으로 각인되어있어 특별해지는 것이다. 세상이 편리해지면서 어느때나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시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그 기다림의 묘미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언제든지 먹고싶을 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역시 기쁜 일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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