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그 말 앞에 머무는 밤

한 문장이 마음에 머무를 때 - “진심이야?”

by 은빛루하


빨간 벽돌담에 매달린 담쟁이가 비에 젖어, 동그랗고 하얀 물방울을 머금고 있었다.

젖은 우산을 접어 톡톡 털고, 여러 우산이 꽂힌 통에 내 노란 우산을 끼워 넣었다.

붉은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선 카페 안.

이문세의 ‘옛사랑’이 흐르고 있었고, 다행히 창가 자리는 비어 있었다.

커피 향과 음악, 사람들의 말소리가 뭉뚱그려져 백색소음처럼 잔잔히 번졌다.

익숙하게 드립커피를 주문하고 창가에 앉았다.

창밖으로 부슬비가 내렸다.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좋았겠지만, 오늘은 이대로도 괜찮았다.

사람의 마음은 참 여러 갈래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이미 지나가버린 사람들,

그리고 그 과거의 사람들 사이에 또 하나의 그림자.

오늘은 문득, 그 사람이 자꾸 떠오르는 저녁이었다.

술을 마시고 밥을 먹는 시간.

나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노래가 다른 음악으로 넘어가던 즈음, 커피가 나왔다.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입 안에 감돌았고,

기억은 내 마음속을 조용히 맴돌았다.

아련한 아픔 같은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부슬거리는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진심이야?”


그 한마디가 우리를 갈라놓았고,

그 이후로 아픔이 되어 내 마음 깊은 곳에 박혀버렸다.

아직도 꺼내지 못한 채 남아 있다.

비 내리는 거리에 종종걸음으로 걷는 사람들.

그 평범한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나는 여전히 ‘진심이야?’라는 목소리에 머물러,

과거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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