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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Feb 17. 2018

비밀 아지트, 도쿄도 정원 미술관

아직은 서울에 혹한이 머물던 지난주, 조금 이른 봄을 찾아서 도쿄에 다녀왔습니다. 이제 3월 초가 되어 곧 시카고로 돌아가면 다시 깊은 겨울 속으로 들어가 몇 개월을 기다려야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을 테니 말이지요. 이번엔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2월 초 도쿄는 여전히 겨울이긴 했지만 그래도 간간히 달콤한 봄바람을 느낄 수 있는 날씨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도쿄 여행을 갈 때면 사람 많고 복잡한 신주쿠, 시부야 대신 좀 조용한 동네들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지난가을, 혼자 도쿄를 여행했을 때는 조용한 주택이 많은 시로카네다이에 머물었는데 서울로 치면 서래마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엔 새로운 동네를 탐험해보고 싶어서 바로 그 옆 동네인 에비스에 숙소를 잡았지요. 



이번에 지냈던 호텔은 에비스 역 근처이기는 하지만 역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좀 멀리 있었습니다. 어른 걸음으로 그 속도이니 호기심 대장 아이와 함께라면 2시간 이상도 가능한 거리지요. 그래서 이번 여행은 택시로 오고 가기 쉬운 가까운 곳이나 아이와 걸어갈 수 있는 곳만 가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도, 엄마도 행복한 여행이 되기 위한 저의 제 1 원칙. 무리하게 욕심내지 않고 아이 컨디션에 맞춰서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한다는 생각으로 일정을 만들면 됩니다. 


도착한 첫날은 호텔에서 좀 쉬고 그 다음날 오전에 간 곳은 바로 저의 숨은 아지트, 도쿄 정원 미술관입니다. 시로카네다이에 있는 이 곳은 호텔에서 천천히 산책하며 걸으면 1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이날은 무척 날이 따뜻하고 길가의 나무들도 초록잎이어서 봄기운을 물씬 느끼며 산책하기 완벽한 날씨였지요.



도쿄 정원 미술관은 예전 왕실 가족이 살던 저택을 그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하여 현재는 작품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곳입니다. 이 곳은 1920년 대 프랑스가 아르데코의 황금기를 지나고 있을 때 이 곳으로 유학을 다녀온 아사카 왕자 부부의 집입니다. 1925년 일본으로 영구 귀국하며 파리에서 직접 경험한 아르데코 시대를 일본에 재현하고 싶어 했습니다. 바로 자신들이 살 집에 말이지요. 1933년 당대 최고의 프랑스 아티스트인 Henri Rapin을 섭외해서 저택 안의 메인 룸을 아르데코 스타일로 꾸몄습니다. 그리고 외관 건축은 프랑스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돌아온 일본 건축가 Gondo Yokichi가 맡았습니다. 

 


이 곳은 원래 실내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오랜만에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한시적으로 사진 촬영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좋은 카메라를 들고 구석구석 촬영을 하고 있는 몇몇 아마추어 포토그래퍼들을 마주칠 수 있었지요.



모든 건축물이 그렇듯이 같은 아르데코 양식이라고 하더라도 그 건물이 어디에 지어졌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의 결과가 나옵니다. 이 저택은 전체적으로 일본의 단아하고 정돈된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 일본풍 아르데코 형식의 건축물입니다. 벽지, 커튼 색감이며, 사용된 소재, 공간 구성 등에서도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아르데코와는 다른 느낌이었지요. 예전에 마이애미에 갔을 때도 2,30년 대에 지어진 아르데코 스타일의 건물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 곳 도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지요. 


[관련 글] 마이애미 아르데코 

https://brunch.co.kr/@silvermouse/42 



이 도쿄 정원 미술관에는 항상 새로운 전시를 하는데 건물 내부에 새롭게 전시관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시 저택으로 사용하던 모습 그대로에 작품 전시를 더하는 모습입니다. 예전에 제가 정말 좋아했던 2012년 국내 전시인 ‘덕수궁 프로젝트’처럼 옛 것에 새로운 입김을 불어넣는 느낌이기도 했고, 혹은 방 돌아다니며 작품 구경하는 호텔 아트 페어를 보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Decoration never dies, anyway'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7명의 나이도, 국적도, 장르도 다른 아티스트들이 '장식'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었지요. 장식이라는 것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온 모든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 방식도, 소재도, 의미도 다르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주욱, 즉 장식은 죽지 않고 영원하다란 것을 주제의 전시였습니다. 



본관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난 다음에는 바로 옆에 이어져있는 미술관 별관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 곳에는 기프트샵, 전시장과 함께 볕이 잘 드는 작은 뮤지엄 카페가 있어요. 이 정원 미술관 주변으로는 가까이에 카페나 식당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미술관을 둘러본 후에 이 곳을 들어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좋습니다. 


보통 한국이나 미국의 미술관에 있는 카페들의 메뉴는 지극히 평범하거나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지만, 이 곳의 카페는 '굳이 찾아가도 될 만큼' 훌륭합니다. 녹차로 만든 나폴레옹 케이크나 정교한 디자인의 초콜릿 몽블랑 등 일본풍 디저트들이 많아요. 특히 아이가 핫초코를 시켰는데 거품 위에 정성스럽게 귀여운 곰돌이 인형을 그려주었지요. 덕분에 아이도 엄마와 함께 즐거운 티타임을 즐기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정원 미술관은 도쿄의 관광 번화가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굳이 찾아가기에 망설여질 수 있지만, 만약 도쿄 여행을 여러 번 해본 여행자라면 한 번쯤 여유롭게 찾아가 보길 추천하는 곳입니다. 특히 미술관 바로 옆에 있어서 함께 들리기 좋은 국립 과학박물관 부속 자연 교육원은 담장 하나 사이로 잠시 깊은 숲을 여행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시간을 만들어 줄테니까요. 



도쿄도 정원 미술관 (Tokyo Metropolitan Teien Art Museum) 

http://www.teien-art-museum.ne.jp/en/ 


미술관 옆 정원만 들어갈 수도 있지만(입장료 100엔), 이 곳까지 찾아갔다면 미술관 안까지 입장을 해볼 것(전시에 따라 변동, 1100엔 +~)을 추천합니다. 작품 전시 뿐 아니라, 건물 내부를 걷는 것만으로도 당시 일본풍 아르데코 스타일의 정수를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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