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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Feb 18. 2018

일본에도 키즈카페가 있나요

도쿄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T Site) 츠타야 서점

이번 일본 여행을 하게 된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일본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각자 결혼하고 아기 낳고, 키우고 하는 지난 몇 년 동안 페이스북이나 메일을 통해서만 소식을 주고받았기 때문이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보고 싶었던 친구는 벌써 만난 지 15년 정도 되어가는 일본 친구 아이리. 고베 출신인 아이리와는 매년 여름휴가도 같이 다니고, 서로의 결혼식에도 오갔는데, 아이가 생기고 난 후에는 일 년에 몇 번 연락하는 것도 힘들어졌지요. 더구나 제가 미국으로 이주를 하고 나서 시간대도 달라지고 지리적으로도 더 멀어지니, 이렇게 20대의 친구와 추억이 이렇게 끊기는 건가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제가 아이를 데리고 도쿄에 간다고 하니 한걸음에 나와주었습니다. 어느새 아이 셋 엄마가 되어서 말이지요!


[관련 글]

아이리의 결혼식 - 일본, 고베

http://silvermouse82.tistory.com/149 


예전 같으면 분위기 좋은 곳이나 맛있는 곳을 찾아 약속 장소를 쉽게 정했겠지만, 이번은 좀 달랐습니다. 각자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함께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죠. 전 일본에도 한국처럼 키즈카페가 있지 않을까 해서 물어봤는데, 도통 키즈카페가 뭔지를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자세히 설명을 해줘도 '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은 추천해줬지만, 마음에 쏙 드는 키즈카페를 찾기는 힘들었습니다. 대신 숙소에서도 가깝고 아이들이 같이 놀 수 있는 장난감 가게가 있는 다이칸야마의 티 사이트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이리의 첫째 딸인 4살 와코와 우리 집 아이는 동갑내기 친구입니다. 언어도 다르고, 처음 만난 사이지만 엄마들이 친한 친구인지 아는지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서로 쫒고 쫓기며 까르르 웃으며 놀았습니다. 이 곳 티 사이트는 파주 헤이리 같은 분위기가 나기도 했는데 모던한 디자인의 아담한 건물들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모여있는 형태였습니다. 건물들 사이로는 차가 지나다니지 못해 아이들을 풀어놓고 뛰어놀 수 있게 하기에 안성맞춤이었지요.



한국처럼 아이들도 뛰어놀고 식사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키즈카페는 없었지만 대신 꽤 멋진 장난감 가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곳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수입된 친환경 장난감, 교구 등을 파는 장난감 가게인데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신발 벗도 들어가서 자유롭게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정말 재밌었던 건 아이리와 제 딸 모두 각자 엄마의 모습을 꼭 닮았다는 점이었어요. 한두 시간 정도 같이 시간을 보낸 후에 어렵지 않게 우린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지요. 아이 둘 다 밝고 활발하게 잘 놀았지만, 한 명은 매사에 조심조심, 또 다른 한 명은 왈가닥, 누가 누구의 딸인지 딱 봐도 한 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말해줬죠. “너 딸은 정말 너랑 성격이 판박이다!”



티 사이트 안에는 여러 종류의 식당과 카페가 있어요. 이 날은 파스타, 피자 등을 먹을 수 있는 테라스 카페인 Ivy Place를 갔는데 아이를 데리고 가기 괜찮았어요. 주변 대부분의 테이블에 아이들이 하나둘씩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지요. 맛도, 분위기도 꽤 괜찮은 곳이라 점심시간이면 자리가 가득 찼는데 친구가 미리 예약을 해 둔 덕분에 좋은 자리(=구석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실컷 뛰어논 아이들이 하나 둘 낮잠을 자기 시작하면, 이제 엄마들의 휴식 시간입니다. 티 사이트의 메인 건물인 츠타야 서점에서 잠깐 한 숨 돌리면서 책 구경을 하기 좋습니다. 3개 동으로 나뉘어 통유리창으로 만들어진 건물은 안에 있으면서도 밖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 곳에 와있는 것만으로도 마치 자연 속에 있는 책방에 온 듯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저녁이 되어 밖이 어둑해지면 츠타야 서점에 은은한 조명이 들어오는데 일본어 까막눈인 저도 왠지 기념품으로라도 책 한 권을 포장해서 가져가고 싶게끔 만드는 분위기입니다.


아이리와 저는 우리 아이들이 언젠가 크면 중국어를 배우러 상해로 같이 보내기로 했습니다. 저와 아이리의 이 긴 우정이 시작된 그곳으로 말이지요.




1)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 (Daikanyama T site)

http://real.tsite.jp/daikanyama/english/


이 곳은 일본의 명물 서점 츠타야의 본사가 있는 곳입니다. Flavorpill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20' 리스트에 소개된 곳이기도 하지요. 건물 자체만으로도 가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3개 동으로 이루어진 이 곳은 '숲 속의 도서관'이란 테마로 지어졌습니다. 3개 건물을 관통하는 '매거진 스트리트'를 통해 마치 책으로 만들어진 숲 속을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지요. 또 이 곳은 어린이 책 코너가 잘 만들어져 있는데 아이들을 위한 수업이나 워크숍이 종종 열리고 있으니 미리 스케줄을 확인해서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Børnelund Daikanyama

전 세계 20개국 이상의 장난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친환경 스타일의 장난감 가게예요. 규모는 아담하지만 실내에 미끄럼틀 등이 있는 놀이터가 있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가 있지요. 미국에서도 교육에 관심 많은 엄마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STEM 장난감 브랜드들도 편집샵처럼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좋았던 점은 요즘 미국이나 한국 장난감 가게를 가면 TV에 나오는 화려한 만화 캐릭터 장난감들이 위주지만, 이 곳에는 원목 장난감이나 퍼즐, 보드게임, 직접 만들어보고 탈 수 있는 장난감들이 가득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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