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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Sep 04. 2018

Crazy Rich Asians의 나라로

유목 육아 in 싱가포르 - 프롤로그  

첫 시작은 이 한 권의 책이었다. 미국에서 2주 전에 개봉한 Crazy Rich Asians란 영화를 보기로 친구와 약속하고 난 아마존에서 이 책을 주문했다. 무슨 내용인진 몰랐지만, 왠지 제목과 표지 그림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내용인즉슨, 뉴욕에 사는 싱가포르의 어마어마한 부잣집 아들과 평범한 가정 출신이지만 능력 있고 매력적인 중국계 미국인 아가씨가 싱가포르 여행을 가서 남자 쪽 부모의 여러 가지 편견과 방해를 이겨내고 결국은 결혼 승낙을 받아낸다는 디즈니에 나올 법한 이야기. 출연 배우 전원이 아시아인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조이 럭 클럽' 이후 25년 만이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영화이다. 그리고 덩달아 뜨거워진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싱가포르. 10년 전, 회사 이직을 하며 생긴 일주일의 공백기에 혼자 싱가포르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기회가 빨리 왔다. 사정이 있어 아이 유치원을 9월 한 달 쉬기로 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남편이 아시아 장기 출장이 잡혔다고 했다. 아이와 혼자 하루 있는 것도 너무 힘든데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되나 심란하던 차에 회사에서 가족들도 함께 출장에 동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아시아 여러 도시를 며칠에 한 번씩 돌아다녀야 되는 떠돌이 생활을 하는 아시아 출장이지만, 다행히 첫 3주는 싱가포르에 머물 수 있다고 했다.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곳에서 아이와 머무는 여행을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 날 바로 싱가포르 행 티켓을 예약했다.

 

시카고를 출발해 서울에서 잠깐 비행기만 갈아타고 다시 싱가포르에 도착하니 만 하루가 넘게 걸렸다. 아이가 비행기 안에서 한 숨도 안 자서 나도 덩달아 뜬 눈으로 싱가포르까지 왔다. 마치 서울에서 브라질 상파울루까지 가면 이런 기분일까. 가도 가도 나올 것 같지 않던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난 쾡한 눈으로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시카고에서 비슷한 시간에 출발했지만 다른 비행 편으로 도쿄를 거쳐 다시 비슷한 시간에 싱가포르에 도착한 남편은 Crazy Rich Asian처럼 비행기 안에서 누워서 스시를 먹으며 편하게 왔는지 아주 멀끔했다. 누가 보면 한 식구 인지도 모를 비주얼로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오는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우리의 흥미로운 싱가포르 머무르기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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