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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Sep 06. 2018

밀림 속 싱가포르 동물원에서의 하루

유목 육아 in 싱가포르 - 4

지난주 갑작스레 싱가포르 행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미쳐 싱가포르에 와서 아이와 무얼 하며 9월을 보낼지에 대해서는 알아볼 시간이 없었다. 아이가 학교를 잠시 쉴 수 있도록 유치원과 협의하고, 내가 그간 다니던 봉사 활동들의 일정을 조율하고, 그 외 시카고 집을 비우는 동안 처리해야 될 자잔한 일들을 하고 한 달 치 여행 짐을 싸니 벌써 우린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그냥 나의 이번 여행 목표는 하나였다. 날씨가 가장 아름다운 9월에 아이가 학교에 갇혀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대신에 엄마, 아빠랑 더 많이 놀고, 놀고, 또 노는 시간을 만들어줘야겠다는, 그거 하나.


싱가포르에 도착하고 며칠이 지난 어제, 조금씩 우리 몸이 이 곳 시간으로 맞춰지고 있는 걸 느꼈다. 그래서 며칠 동안 호텔 주변에서 머물던 것에서 조금 벗어나 도심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싱가포르 동물원에 가보기로 했다. 싱가포르도 미국의 우버처럼 Grab이라는 어플이 있어 아이와 둘이 이 곳 저곳을 다니기에 안전하고 편리하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떠올리면 빌딩 숲이 가득한 인공적인 도시라고만 생각했는데 조금만 밖으로 벗어나니 '여기가 동남아 맞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끔 정글 느낌 물씬 나는 숲들이 우거져있었다.



싱가포르 동물원은 리버 사파리, 와일드 라이프 리저브, 나이트 사파리, 주롱 새 공원 총 4개의 테마로 구성되어있고 각각의 티켓을 끊고 들어가야 된다. 4개 모두를 이용할 수 있는 통합권은 티켓을 구입한 후 1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나이트 사파리가 가장 인기가 많은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이라 저녁 7시부터 시작하는 나이트 사파리를 기다리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일단은 이 통합권을 산 후에 기회를 봐서 나이트 사파리를 하러 다시 한번 오기로 했다. (내가 일주일 사이에 아이와 단둘이 동물원을 두 번이나 오는 부지런한 엄마는 아닐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싱가포르 동물원이 유명해진 데에는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지 않고 최대한 동물들이 살아온 환경이랑 비슷하게 만든 생태 동물원이기 때문이다. 그걸로 상도 많이 받고, 또 다른 나라 동물원들에서 벤치마킹을 많이 한 모범 동물원이라고 한다. 그 덕분인지 사실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동물원들은 요즘 다 이런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자주 가는 시카고 링컨 파크 동물원이나 세인트 루이스 동물원도 이 곳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크기는 싱가포르 동물원이 훨씬 더 크지만 말이다.



사실 꽤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는데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은 동물을 볼 수는 없었다. 시설 면에서는 더 좋은 미국의 동물원들이 대부분 무료로 운영이 되는 걸 생각하면 괜히 싱가포르까지 와서 동물원에 왔나 조금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던 단 하나, 바로 백호를 볼 수 있었다는 것. 좌청룡 우백호의 그 백호 말이다. 미국의 동물원은 사자가 중심이라면 아시아의 동물원엔 호랑이와 판다가 하이라이트인 것을 보니 좀 재밌기도 했다. 그 지역 사람들이 더 선호하고 높은 가치를 두는 동물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좀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래도 만약 안 갔으면 여기 있는 한 달 내내 매일 갈지 말 지 고민을 했을 싱가포르 동물원을 미리 다녀왔으니 숙제 하나는 끝냈다. 아이와 단 둘이 동물원을 가기로 마음먹는 건, 집에 하루 종일 있다가 운동을 나갈까 말까 고민을 하는 것만큼이나 무척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다. 과연 나는 앞으로 일주일 안에 이 곳을 다시 한번 찾게 될까? 어쩌면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나이트 사파리에 동물원의 진수가 있을지도 모르니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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