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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Sep 05. 2018

싱가포르, 육아의 천국 엿보기

유목 육아 in 싱가포르 - 2

예전부터 줄곧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아이를 키우며 사는 친구들에게 미국에서 혼자 그만 고생하고 이 쪽으로 빨리 넘어오라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이 곳이 아이를 키우기 편하고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언어적으로도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고, 안전하면서도 저렴한 헬퍼 제도가 있어서 아이를 둘, 셋을 낳아도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미국으로 이사를 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까지는 새로운 나라로 옮길 생각은 안 해봤지만, 도대체 어떤 환경이길래 그렇게 다들 극찬을 하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싱가포르에서의 첫날이었던 어제, 예상보다 강했던 동남아의 후덥지근한 오전 날씨를 피해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는 건 아쉬움 없이 포기했다. 그리고 아이와 우리가 한 동안 지낼 호텔 탐방을 나서기로 했다. 우리가 묵는 호텔은 사실 가족 단위 투숙객이 많지 않은 곳이라 큰 기대 없이 왔다. 그런데 이게 웬걸, 다른 싱가포르 호텔들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호텔 곳곳에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재미 요소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호텔 로비 한 쪽에 아이들을 위한 그림 공간과 프로그램 안내가 있다.


제일 먼저 아이 눈을 반짝거리게 한 건 '1일 1 아이스크림' 패스포트 프로그램. 호텔 체크인을 할 때 받은 어린이 선물 안에는 '호텔 패스포트'와 지도가 들어있는데 지도에 나온 별표 장소에 가서 스탬프를 모두 받으면 마지막에 카페에 가서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교환해서 먹을 수 있었다. 아직 누구 앞에 가서 뭘 해달라고 부탁하는 걸 어려워하는 아이가 한 손에 패스포트를 들고 몸을 베베 꼬고 있으니 친절한 호텔 직원들이 스탬프를 들고 다가와 하나씩 찍어주었다. 심지어 그 패스포트를 가지고 있으면 숙박 기간 내내 하루에 한 번씩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아이는 신이 났다.


1일 1 아이스크림의 즐거움
호텔 로비 곳곳에서 스탬프를 받으면 아이스크림 패스포트 완성
아직 아이가 어려 쭈삣쭈삣 말을 못하는데 연습을 하는 중


두 번째로 엄마 눈을 반짝이게 만든 건 '키즈 라운지'. 스위트 룸 하나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로 만든 키즈 라운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언제든지 투숙객들이 와서 놀다 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보호자가 동행은 해야 되지만 라운지 안에는 친절한 직원이 상주해 있어서 아이들을 돌봐주어 엄마도 잠시 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크래프트를 만들 수 있는 아트 클래스도 열리고 있다고 했다. 여긴 폭우가 내리는 날이 많으니 그런 날은 호텔 방에 갇혀 있지 말고 이 곳에 와서 시간을 보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실내 놀이방 개념의 키즈 라운지. 어린이 투숙객이 별로 없어 아이 혼자.
일반 스위트룸을 개조해서 만든 키즈룸


사실 홍콩, 싱가포르를 육아의 천국이라고 부르는 건 이런 호텔 시설 말고도 헬퍼 제도에 있다고 한다. 나라에서 필리핀 근로자들에게 가사, 육아 비자를 내주어 비교적 쉽고, 저렴하고, 안전하게 아이를 돌보아줄 헬퍼가 있으니 엄마들은 훨씬 수월하게 일도 할 수 있고 쉴 수도 있다. 물론 미국에도 내니를 구할 수는 있지만, 시간당 비용도 만만치 않고, 또 전문적으로 인증이 안되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맡길 보석 같은 내니를 찾는 건 엄마와 아이의 복이다. 싱가포르에 있는 동안 현지 생활 체험도 할 겸 잠깐이라도 도와줄 내니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여기에서 아이를 키우는 친구 왈, 헬퍼는 2년 계약이란다. 아쉽지만 그냥 곁눈질로 싱가포르의 육아 라이프를 부러워하기로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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