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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un 01. 2019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건?

 

지금은 금요일 저녁. 원래대로라면 출장 간 남편이 목요일 밤이면 시카고에 돌아와야 되지만, 이번 주는 교육이 있다며 하루 늦은 금요일 밤늦게나 도착한다고 했다. 이제 얼추 2년 정도 이런 주말 부부 생활을 한 나는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하는 주중에는 나도 모르게 바짝 긴장을 한다. 나름 체력 분배를 해서 혼자 지쳐 쓰러져버리는 일이 없게 하다가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오는 목요일 저녁이 되면 그 긴장이 풀린다. 그래서인지 신기하게도 미국에 온 이후로 난 몸살은 항상 주말에만 난다. 남편이 집에 돌아오는 목요일서부터 스멀스멀 열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주말 내내 끙끙 앓다가 남편이 출장을 다시 떠나는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새벽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하게 낫는다. 아이를 케어해야 된다는 엄마의 정신력이 강한 건지, 우연의 일치인 건지, 아무튼 목요일 저녁은 나한테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즐거운 밤이다.


벌써 이 생활 패턴에 내 몸도 적응을 했는지 금요일 저녁이 되니 왜 남편이 집에 안 돌아오냐며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 엊그제부로 임신 6개월 차가 되었으니 이제 제법 배도 많이 나와서 더 그렇다. 도저히 서있거나 소파에 앉아 쉬기도 힘들어졌다. 결국 아이에게 유튜브를 틀어주고 난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뽈록 뽈록' 따뜻한 물속에 들어가서 편안히 자리를 잡으니 처음으로 배가 움직이는 게 눈에 보였다. 뱃속에서 태동을 느낀지는 한 열흘 즈음된 것 같은데, 오늘 처음으로 태동이 눈에 보인 것이다. 난생처음 하는 경험이 아닌대도 또다시 겪어도 경이롭고 신비롭다. 아마 아이를 낳고 기르는 전 과정 중에서 하이라이트를 꼽자면 베스트 3 중에 하나 들어가지 않을까 싶은 순간이다.


사실 아직까지는 내게 윤서가 아닌 또 다른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상상이 안된다. 이 아이만큼 세상에 더 소중한 존재가 나타난다는 것이 가능할까 의심도 되고, 한 아이가 받던 100만큼의 사랑이 절반으로 뚝 줄어들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오늘 아침 동네 언니들과의 브런치 자리에서 나의 이런 염려에 언니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두 아이를 둘, 셋 키우고 있는 육아 선배들이다) '100만큼의 사랑이 50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100이 생겨서 200, 300이 되는 것'이라며. 그리고 둘째, 셋째가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엄마의 에너지는 (특히 학교 참여나 레슨 등에서 엄마의 역할이 한국보다 더 큰 미국에서는 더더욱) 여전히 첫째의 활동에 80프로 이상 집중되고, 나머지 20프로를 동생들이 나눠갖게 될 것이라고, 그러니 첫째에게 전혀 미안할 일이 안 생길 거라고 안심시켜주었다.


오히려 아이는 엄마보다 큰 언니가 될 준비를 다 한 것 같아 든든하고 또 미안하다.


4년 전 첫째가 태어나던 날 우리 엄마가 그랬다. "이제 너 뒤를 한 평생 졸졸 쫓아다니며 '엄마'라고 부를 아이가 생겼구나." 그때는 그 뜻이 그렇게 큰 건 줄 물랐는데, 이제는 안다. 그게 얼마나 큰 의미이고 책임인지. 이제 130일 정도만 더 있으면 그런 아이가 하나가 아니고 둘이 된다니. 아직은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아득한 미래 같지만, 다시 한 번 느껴지는 태동이 나한테 말해주는 것 같다. 이제 또 다른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준비를 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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