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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Nov 10. 2019

우리가 둘째를 맞이하는 자세

2019년 10월 11일. 드디어 우리 집 둘째가 태어났다. 그리고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우리 식구들은 이제 셋에서 넷으로의 변화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예상할 수 있다시피 우리의 하루하루는 완전히 달라졌다. 두 시간마다 깨는 아가를 달래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젖병을 물리고, 다시 재우는 것의 24시간 무한 반복.




임신 기간의 모든 변화들이 다 경이롭고, 설레었던 첫째 때와는 달리, 이미 한 번 경험을 해서 그런지 둘째 때는 그런 느낌보다는 걱정과 고민이 더 컸다. 그건 다시 기저귀 사이즈 0부터 신생아 육아를 시작해야 된다는 사실 따위의 걱정이나, 어떤 유모차나 기저귀 브랜드를 고를까의 고민들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젠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 세 식구에게 다가올 변화들 때문이었다. 동생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윤서는 지금까지 외동딸로서 당연하게 주어졌던 One and Only의 자리를 잃을 텐데, 그게 너무나 미안했다. 또 우리 식구가 4년 반 동안 구축해왔던 안정감 있는 삼각형 구도가 깨져버리는 건 아닌지, 첫째를 사랑하는 것만큼 새로 태어날 이 미지의 아이를 사랑으로 키울 수 있을지 나도 확신이 안섰다. 아이 하나 바라보고 사는 전업맘이 되어버린 나와 나의 오랜 외동딸의 애착 관계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끈끈해서 둘째를 낳으러 병원에 가는 날까지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둘째 연우가 태어나고 한 달. 지난 열 달을 걱정했던 것보다 꽤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그 안에서 가끔 서로 텐션도 생기고 신생아 육아의 고단함으로 인해 종종 뾰족한 마음과 언성이 오가지만, 이것 역시 둘째가 태어나서 주는 기쁨에 비할 바 아니다. 윤서도 동생이 태어난 후 어느 부분(특히 자기보다 이쁜 옷을 입는 것!)에 있어서는 약간 견제를 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언니가 되었다는 사실과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귀여운 여동생이 생겼다는 사실이 더 좋은 것 같다. ‘윤서 외엔 다 싫다’며 둘째 갖기로 결정하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반대하던 남편도, 말해 뭐하나, 그 이후는 생략.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내 마음속에는 어느새 또 하나의 새로운 사랑이 생겨났다. 기존에 윤서에게 주던 사랑이 반으로 나뉜 게 아니라 말이다. 비록 내가 가진 에너지와 시간은 두 아이에게 나눠 쓰고 있어서 기존에 100프로를 다 받던 첫째에게 그 부분은 좀 미안하지만, 현재로선 할머니도 와계시고, 아빠도 일하는 틈틈이 유치원에 데려다 주니 아직까지는 크게 부족함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둘째가 뱃속에 있으면서 나의 이런 고민과 궁금증들을 다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확신에 차서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무슨 엄마가 저렇게 질문이 많아?'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나중에 말귀를 알아들을 즈음이 되면 이 얘기를 꼭 해줘야겠다. 너의 탄생은 엄마에게 두 번째 우주의 탄생이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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