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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an 07. 2016

모터쇼 밖으로 달려나간 자동차들

CES 2016

예전에는 신차들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디트로이트 모터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등을 가면 됐다. 매년 열리는 세계적인 모터쇼들은 자동차 기업들이 자사의 신기술과 신차를 마치 007 작전처럼 꼭꼭 잘 숨겨서 대중들에게 짠하고 선보이는 유일무이한 행사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동차 회사들이 모터쇼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 다른 업계 전시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예전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2015


자동차 회사들은 이제 가구 박람회도 가고 아트 페어도 가고,  가전제품 행사장에도 간다. 그냥 빈 손으로 가는 게 아니라 자랑하고 싶은 것들을 두 손 가득 들고 말이다. 이제 자동차의 영역이 단순히 자동차 기술과 디자인을 넘어서 운전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를 반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것은 자동차 홍보팀에 프로덕트 홍보 그리고 기업 홍보로 나눠지는 이유기도 하다. 다른 산업에 비해 굵지가 큰 분야인만큼 전시회에 나가는 규모와 방법도 매우 적극적이고 창의적이다. 나같이  이런저런 분야에 관심 많고 호기심 많은 사람한테 홍보하기 참 좋은 시대가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지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ConsumerElectronics Show) 2016'이 있다. CES는 기존에 삼성, 구글 같은 IT 기업들이 자사의 최신 기술을 선보이는 각축장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꽤 많은  가전제품들이 여기서 첫 출생 신고를 했을 거다. 그런데 이제 자동차 회사들은 웬만한 모터쇼 만큼이나 CES를 정성들여 준비한다. 새로 소개되는 기술을 공부하기에도 헉헉 대고 따라가야 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똑똑해진 자동차는 이제 단순히 움직이는 자동차가 아니라 사물 인터넷의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기존에 모터쇼에 나간 차들을 보고 '와, 멋있다' 이렇게 말하는 정도라면, CES에 나오는 모델들을 보면 '말도  안 돼!' 정도의 탄성이 나온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이나 007에 나올 법한 기술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에 BMW에서 선보인 기술들도 정말 영화 같은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이번 CES 2016에서 공개된 'BMW i 비전 퓨처 인터랙션(Vision FutureInteraction)'은 네트워크 컨트롤과 운전자 인터페이스의 미래를 보여주는 콘셉트 차량이다. 손의 움직임과 깊이를 함께 탐지해 스크린을 터치하지 않고도 디스플레이를 작동시키는 ‘에어 터치(Air Touch)’ 기능이 이 콘셉트카에서 세계 최초로 들어갔다. 이건 마치 톰 크루즈가 차를 타고 악당들을 피해 질주하다 다양한 기능들을 한 손의 단순한 동작으로 SSG 제어하는 기술인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바이크인 BMW 모토라드에서도 최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여러 가지 기술 중 내 눈에 가장 띄었던 것은 바로 바이크 못 타는 나조차도 갖고 싶은 헬멧. 이번에 선보인 '헤드업 디스플레이 헬멧'을 쓰면 시야에 교통 관련 필수 정보와 차량 정보, 운전자 요청 정보가 촤르르 뜬다. 헬멧 내부에 장착된 액션 카메라를 통해 주행 영상을 직접 기록할 수 있으며, 후방을 향해 배치된 카메라를 활용해 디지털 백미러 기능도 되니 보다 안전한 라이딩이 가능해졌다.


최근 들어 더욱 주목받고 있는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도 자동차 회사들이 매년 빠지지 않고 들어가고 있다. 재작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낭 & 에르완 형제가 BMW i에서 영감을 받은 원형 회전 기구인 '콰이어트 모션'을 선보여 높은 관심을 받았다. 단순히 차 한 대 갖다 놓고 기능 설명해주며 '이 차 정말 좋아요'라고  하기보다는 미래의 고객들이 직간접적으로 브랜드를 느끼고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가장 최근에 열렸던 2015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는 Alfredo Haberli 디자이너가 BMW 디자인 팀과 함께 미래 이동성에 대한 주제로 작품을 선보였다.


 Spheres. Perspectives in Precision & Poetry for BMW designed by Alfredo Haberli


세계적 권위의 아트페어도 자동차 회사들이 최근 들어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주요 행사이다. 이제 아트 바젤, 아트 바젤 마이애미, 홍콩 아트 페어와 같이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몰리는 큰 아트 페어에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이 통 크게 들어간다. 단순히 의전차량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신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아트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선보이거나 아예 BMW Art Journey처럼 자체 문화 예술 후원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것이다. BMW의 경우에는 총 17대의 아트카가 있는데 이 아트카들이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서 투어를 하기도 한다. 2011년 한국의 KIAF 기간에도 17대 아트카인 제프 쿤스 아트카가 들어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었다.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이제 자기만의 세계에 살면서 '이건 내 영역이야. 이 선  넘어오지 마' 정신으로 사는 것은 도태되는 지름길인 것 같다. 사람이나 브랜드나 기업이나, 계속 다른 분야와 융합을 하고, 더 진화해야 한다. 혹시 아는가. 자동차가 몇 년 후에는 파리 패션 위크에도 나타나고, 이번 밀라노  엑스포처럼 세계 요리 박람회에 나오게 될지.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자동차의 미래가, 내가 경험하게 될 일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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